브라질 자본시장이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랠리를 염두에 두고 브라질 펀드에 들어왔던 자금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04포인트(2.09%) 내린 10만 3,501포인트에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브라질 증시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6만 대까지 내려갔던 보베스파지수는 그해 말 11만 9,017포인트까지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후 브라질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영향이 컸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4.25%이었던 기준금리는 그해 8월 2%까지 내려갔다.
올해 6월에는 글로벌 경기 반등에 힘입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3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브라질 증시는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 발레SA, 정유 업체 페트로브라스 등이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해 원자재 가격에 비례해 강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심화로 브라질 증시는 조정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9월 브라질의 물가 상승률은 10.25%로 약 5년 6개월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1.5%포인트나 인상하면서 올해 초 2%에 머무르던 기준금리는 7.75%까지 상승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증시 매력을 떨어뜨렸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12월 예정돼 있는 올해의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까지 겹치면서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까지 불거졌다. 지난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액을 190헤알에서 400헤알(약 8만 4,000원)로 올리고 트럭 운전사 75만 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성 우려로 보베스파지수는 최근 한 달 사이 6.85%나 하락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중 영합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8일 브라질 언론 ‘포데르360’이 25~27일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선 1차 득표율은 28%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35%)에 뒤졌다. 정치 불확실성은 브라질 헤알화 약세도 이끌었다. 지난달 초 5.39헤알이었던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29일 5.64헤알로 올라갔다.
포퓰리즘 정책은 추가적인 기준금리 상승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강화로 재정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이로 인한 헤알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증시 부진에 환 손실까지 겹치면서 국내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브라질 펀드 9개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9.74%에 달해 해외 투자 펀드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 사이에는 -18.31%의 손실을 거뒀다.
이 연구원은 “현지 대형 은행인 이타우 우니방코도 내년 브라질 성장률을 0.5%에서 -0.5%로 내렸고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당분간 브라질 헤알화 자산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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