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대인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상단이 5%를 넘는 등 가계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기준금리는 연 0.75%지만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5%가 넘는다. 다른 대출도 기준금리와 차이가 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9월 현재 기준금리는 연 0.75%인 반면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3.18%로 격차가 2.43%포인트였다. 기준금리와 가계 대출금리의 차이는 지난 7월 2.48%포인트(기준금리 0.5%, 대출금리 2.98%)까지 벌어져 2012년 1월(2.55%포인트)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9월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양측의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1.25→1.5%)과 2018년 11월(1.5→1.75%) 금리를 올렸는데 당시 기준금리와 가계 대출금리 간 차이는 2%포인트 내외에 그쳤다. 결국 이번 격차 확대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금융사 간 경쟁 시스템이 훼손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대출을 많이 해줘 이에 따른 이자를 받는 것이 주요 수익 모델이다. 시중은행은 더 많은 대출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 경쟁을 한다. 대출 ‘지표 금리’에 해당하는 금융채, 코픽스 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신설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깐깐하게 시행되면서 일부 은행이 경쟁에서 이탈했다. 농협은행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일부 가계 담보대출을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SC제일은행도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다. 대출을 계속 취급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금리를 낮추지 않아도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는 환경이 조성됐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 대출 총량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일부 은행 대출 ‘셧다운’이 일어나며 수요가 은행으로 밀려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은행 역시 무턱대고 대출 수요를 다 받아줄 경우 대출 총량 규제를 어기게 되므로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속도조절에 나섰다. 은행권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 급증세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출 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 된다”고 말했다. 보통 기준금리나 예금 금리보다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높으면 금융 감독 당국으로부터 비공식적 주의 등이 내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계대출 급증세를 제어하기 위한 대출금리 인상이다보니 당국 역시 강하게 개입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에 은행권 수익은 빠르게 늘고 있다. KB금융의 순이자 이익은 올 3분기 누적 8조 2,5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늘어났다. 신한금융은 10.2%, 하나금융은 15.3%, 우리금융은 14.9%나 급증했다. 반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당분간 기준금리보다 대출금리가 고공 행진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중단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올해 증가율 5~6%에 이어 내년에는 4~5%로 더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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