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제수용품으로 쓰는 과일의 가격이 오른 데다 지난 6일부터 상생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한우 가격도 꿈틀하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대비 9.3% 상승해 평균 30만원을 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우등심 100g 평균 소매가격(1+등급 기준)은 1만 3,010원으로 국민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6일(1만 2,864원) 대비 1.1% 올랐습니다. 1년 전보다는 6.1%, 평년보다는 12.6% 높은 가격입니다.
돼지고기 가격은 국민지원금 지급 이후 오히려 하락세입니다. 지난 6일 100g당 2,690원이었던 국산냉장 삼겹살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0일 2,360원으로 12.3% 떨어졌습니다. 1년 전(2,318원)보다는 1.8%, 평년(2,186원)보다는 8.0% 비쌉니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국민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의 국민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안 그래도 높은 장바구니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때는 한 달 만에 한우 등심 소매가격이 5.9%, 삼겹살 가격이 7.3%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지원금 사용처가 제한되면서 한우 구매에 수요가 더 몰릴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정부는 전통시장, 동네 수퍼마켓, 식당, 미용실, 약국, 병원, 안경점, 의류점, 학원,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에서만 지원금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도 추석과 국민지원금 지급으로 소·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추석 이후 도축 예정인 물량이 조기 공급될 수 있도록 출하되는 한우암소의 도축수수료 15만원을 오는 18일까지 한시 면제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정부는 수수료 면제로 한우암소 도축량이 46.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의 경우 벨기에산 수입을 재개해 수입을 평년 대비 5% 확대하고 공급량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추석 기간 농축수산물 수급에 어려움이 없도록 16대 성수품을 평상시보다 1.4배 확대 공급하고 있습니다. 9일 기준 11만 5,384톤을 공급해 기존 계획인 10만 1,084톤보다 14% 추가 공급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입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쌀 가격은 지난해 기상악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등과 협력해 추석기간 중 10~20% 할인된 가격에 쌀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인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공개한 추석 3주 전(지난달 30~31일) 제수용품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추석 제수용품 24종의 가격은 평균 30만 369원으로 지난해 27만 4,768원 대비 9.3% 상승했습니다. 조사한 제수용품 24종 중 청주와 참조기를 제외한 22종의 가격이 모두 올랐습니다.
가격이 가장 많이 뛴 품목은 상주산 곶감(10개)으로 지난해 추석 3주 전(1만 452원)보다 39.6% 상승한 1만 4,590원이었습니다. 최근 ‘금(金)란’으로 불렸던 달걀 한 판 가격은 지난해 5,833원에서 7,988원으로 36.9% 올랐습니다. 달걀 가격은 2016년 5,541원 이후 최근 5년 간 최고치였습니다.
분류별로는 과일류의 가격 상승률이 평균 22.6%로 가장 높았습니다. 사과 5개, 배 3개, 상주산 곶감 10개 가격 합이 기준입니다. 곶감 외에 배 가격은 27.3%, 사과 가격은 4.4% 상승했습니다. 송편·약과·한과가 포함된 기타 식품류는 11.6%, 달걀·돼지고기 등 축산물은 9.8%, 시금치·삶은 고사리 등 채소·임산물은 9.7%, 밀가루·식용유·두부 등 가공식품은 5%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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