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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서 자회사 합병…기업재편 판 바뀐다
증권 국내증시 2025.08.28 17:35:00대기업의 사업 재편 방정식이 분할에서 합병으로 바뀌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2~3년 전까지는 신규 사업을 분할시켜 투자를 유치한 후 상장하는 수순을 밟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쪼개기 상장이 불가능해지고 고금리로 자금줄이 조여오자 계열사끼리 합병해 효율을 높이는 식이다. 당분간 업황이 어려운 2차전지와 석유화학은 물론 대미 투자를 늘려야 하는 조선과 방산 역시 계열사 숫자보다는 덩치를 키우기 위해 합병을 선택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종속회사 수는 2024년 5월 3318개에서 1년 3개월 만인 이달 기준 3289개로 29개 줄었다. 올해 5월 신규로 4곳의 대기업집단을 추가했음에도 개별 숫자는 감소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집단 중 가장 활발하게 계열사를 늘려왔던 SK와 카카오는 1년 만에 계열사 수를 34개 줄였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재조정에 나섰으며 일부 지분이나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적정가에 매각이 어려운 경우 계열사 간 합병이나 편입을 이어왔다. SK그룹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 이어 2차전지 계열사 SK온이 수익성을 갖출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버티기 위해 알짜배기 계열사인 SK엔무브를 합병시켰다. 카카오는 핵심 사업인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에 집중하기 위해 게임·엔터테인먼트·모빌리티 분야에서 매각과 합병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호황기를 맞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미 투자 채비에 나선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결정하고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을 출범시킨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1·2위 조선사가 합병을 완료한 만큼 HD현대중공업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역량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각 계열사가 알아서 투자 유치로 사업을 확장하라는 분위기였다면, 최근에는 중복되거나 부실한 사업을 줄이기 위해 지주사가 중심이 돼 계열사 간 합병과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3면 -
'불황' 2차전지, 알짜 붙여 버티고…조선은 덩치 키워 '마스가' 공략 [시그널]
증권 국내증시 2025.08.28 17:35:00기업들의 합병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업황 변화와 함께 규제 환경이 달라진 게 주 배경으로 해석된다. 2차전지·유통·플랫폼 등 업황이 하락한 기업은 알짜 계열사를 붙여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손실 부담을 줄이고 조선·방산 등 업황이 상승한 기업은 규모를 키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행보다. 삼각 합병이 허용되고 금산분리가 완화된 동시에 쪼개기 상장(중복 상장)을 금지한 법 개정 움직임 역시 분할보다 합병에 무게를 싣게 만들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사업 재편 방식으로 자회사 간 합병에 이어 모회사와 자회사 간 합병과 편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끼리 합병은 중복된 조직과 시설을 통합해서 인건비와 관리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면서 “상장기업의 가치 제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물적 분할 후 상장이 막힌 것도 합병이 많아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조선은 대표적인 자회사 간 합병이다.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였던 두 기업을 합치면서 싱가포르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기존에 있던 베트남과 필리핀 법인들을 하나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비용만 제외하면 실질적인 현금 유출 없이 신주만 발행해 HD현대미포조선 주주에게 지급하면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이 보유 중인 유휴 도크(건조 설비) 2개와 HD현대미포의 유휴 도크 중 2개를 함정 등 특수선 건조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합병으로 해외 투자법인을 신설한 것은 국내보다 생산성이 높은 해외 사업장 투자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방대하게 펼쳤던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올해 들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2021년 인수한 G마켓의 지분을 출자해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합병을 선택했다. 동원그룹은 상장사였던 동원산업이 계열사이자 상장사인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중복 상장 이슈를 해소하고 흩어진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합했다. 합병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SK그룹은 그룹의 차기 먹거리인 SK온의 업황이 내년 이후 좋아질 것으로 보고 SK엔무브와의 합병 카드를 꺼냈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SK온의 상장 기한을 늦췄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자산 100조 원의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SK온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억측을 잠재웠다. 합병 이후인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은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SK온은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탈출 러시 속에서 SK엔무브와의 통합과 SK이노베이션의 보증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을 통해 총 5조 원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은 합병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였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SK그룹처럼 사업 리밸런싱을 하거나 반대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인해 HD현대 등 조선·방산 등 일부 업종에서 합병 사례가 이례적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 사례가 늘어나면서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상법 개정으로 허용한 삼각 합병이나 역삼각 합병은 모회사가 인수하고 싶은 사업만 떼어서 자회사와 합병하거나 새로 인수하는 회사가 기존 자회사와 합병해 사라져도 인수하는 회사의 사업권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기업 관련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나 LG생활건강의 아베오 인수 등 주로 해외 기업 인수 과정에 활용됐고 국내에서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3개의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두 번의 합병을 거듭하면서 사실상 삼각 합병의 효과를 누려왔다”고 했다. IB 업계에서는 주요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 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현대차그룹이 이재명 정부 들어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합병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르게 기업 정책 환경이 달라지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현대 글로비스 등 주력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올린 뒤 주주들의 반발 없이 합병하는 정공법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
산은 "책임 안 지면 무역금융 중단"…여천NCC 대주주 압박
경제·금융 금융정책 2025.08.28 16:24:09한국산업은행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여천NCC 대주주가 제대로 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무역금융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여신 거래를 예로 들면서 압박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여천NCC 공동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을 겨냥해 “자금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신규 무역금융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여천NCC는 그동안 산은에서 약 1000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이용해왔다. 6개월마다 신규 한도 계약을 체결하고 필요한 자금을 약정 한도 내에서 끌어오는 방식이다. 여천NCC는 만기 도래 시점에 맞춰 매번 신규 계약을 체결해 크레디트 라인(여신 제공 한도)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는데 이것이 끊기면 자금난이 커질 수 있다. 여천NCC는 이달 초 자금난을 겪다가 대주주들이 3000억 원을 긴급 대여해 부도를 가까스로 모면했던 만큼 앞으로도 자구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산은이 언제든 무역금융 중단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역금융은 원활하게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여천NCC 측에 자금난을 신속하게 해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고강도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 산은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은의 10대 석유화학 업체에 대한 대출채권 잔액은 23일 기준 5조 7939억 원에 달한다. 이 중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채권 규모만 1조 7156억 원이다. 만기 도래 시 대출 조건을 비슷하게 설정해 계약을 이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면 산은이 여신을 지렛대 삼아 고통 분담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산은이 석유화학 기업에 대한 은행권 대출 연장 등을 결정하는 자율협의체에 참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협의체는 채권자의 75%(채권액 기준)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은행권 전체 대출액(약 14조 원) 중 산은 몫이 40%가량인 만큼 금융 지원 과정에서 산은의 입김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석화 기업 입장에서는 산은의 압박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삼일PwC는 ‘일본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의 산업재생법 취지를 반영해 기업활력법(원샷법)을 실질 인센티브 중심으로 개편하고 세제 감면과 금융·보증 패키지, 현금성 인센티브를 포함한 ‘한국형 구조조정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간도 일본이 40년이 걸렸다면 한국은 2년 이내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석화' 서산·'철강' 포항,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8.28 08:31:13글로벌 공급과잉과 통상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이 생존 위기에 몰린 가운데 정부가 이들 산업의 영향이 큰 충남 서산시와 경북 포항시를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위기대응 심의위원회를 거쳐 대산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소재한 서산시와 철강 기업이 포진한 포항시를 이날부터 2027년 8월 27일까지 2년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충남도는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어려움에 따라 서산시 석유화학 산업이 현저하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중순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한 바 있다. 경북도 역시 글로벌 공급과잉, 불공정 수입재 유입 등으로 포항시 철강 산업의 현저한 악화가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서산 및 포항시가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정부는 이들 지역에 긴급 경영 안정 자금, 지방 투자 촉진 보조금 우대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중소기업에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은 협력 업체, 소상공인 우대 보증 지원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역산업위기대응 사업을 통한 이차보전, 기업 지원 및 인력 양성도 추가적으로 지원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외 연구개발, 경영 자문, 고용 안정 등 산업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각종 지원 사업들은 2026년 이후 예산에 적극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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