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 현장에서 재해자 수는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8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처법 시행 전인 2021년 재해자 수는 12만 2713명이었지만 법이 시행된 2022년에는 13만 348명으로 집계됐다. 이후에도 재해자 수는 2023년 13만 6796명, 지난해 14만 277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사망자 수의 경우 2021년 2080명에서 2022년 2223명으로 늘었고 2023년(2016명)과 지난해(2098명)는 법 시행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 등 민간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엄벌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코레일에서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면허취소 등 정부의 엄격한 처벌 기류가 사고 예방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중처법의 입법 취지는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를 줄이고 안전 경각심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재해 예방 효과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과 비용을 부과한다면 기업인의 경영 의욕만 꺾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도 원·하청을 교섭에 참여시켜 노사 갈등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노사 갈등을 되레 증폭시키고 있다. 애초부터 노란봉투법은 법적 분쟁을 조장한다는 경제계의 우려가 거셌지만 여당 주도로 입법이 강행됐다. 아니나 다를까 노란봉투법 통과 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집단 고소·고발이 본격화됐다. 또 주한외국기업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주한 외국 기업 36%가 한국에 대한 투자 축소 또는 철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낙인찍혀 기업들이 줄줄이 떠나기 전에 중처법은 과도한 처벌 규정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춘 안전 정책에 주안점을 둬 개정해야 한다. 기업들의 우려가 큰 노란봉투법도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 등 불분명한 내용 등을 정비해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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