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잭슨홀 회의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구체적인 테이퍼링 언급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은 인플레이션, 기업 실적, 경제성장 모멘텀 등과 함께 글로벌 증시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통화정책의 기조가 본격적으로 변할 경우 글로벌 주식과 채권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와 시장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는 여전히 이러한 변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마켓 타이밍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노린다.
불확실한 시장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자산에서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 자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되짚어보고 그 비중을 재조정하는 포트폴리오 점검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투자 원칙으로 향후 추세 변화를 감지하고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향후 경제와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에는 크게 다음 세 가지가 주목된다.
첫째,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효율성 극대화를 향한 움직임이다. 온라인 세상의 지속적인 확장과 온·오프라인 통합 과정에서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혁신 선도 기업(innovator)’, 이러한 기술혁신을 활용하며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기술 적용 선도 기업(disruptors)’, 그리고 이러한 인프라 환경을 제공하는 ‘인프라 제공 기업(enablers)’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이러한 예의 하나다.
두 번째는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와 저성장 추세다. 갈수록 승자 독식 현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경제 동력은 약해지고 실질성장률 모멘텀도 지속해 둔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저성장 추세는 초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인컴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 즉 배당 투자 전략에 꾸준한 관심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으로 계속 강화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규제 양상에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 기업처럼 즉각 규제 도입 강화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러한 규제가 비즈니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에 충실하게 대비하는 기업도 관심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지출로 실적에 부담을 겪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환수되면서 증시도 곧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투자자가 시점을 예측하기 위해 ‘언제’에 몰두하는 동안 영리한 투자자는 ‘어느 곳’과 ‘어떻게’에 주목한다. 단단한 투자 원칙 위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세적인 변화를 통찰해 투자에 임한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다. 어려운 증시 여건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투자 원칙을 되새기며 슬기롭게 헤쳐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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