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 개막하겠습니다. K팝, K드라마, K웹툰, K게임, K푸드, K뷰티 등 세계진출을 확대하겠습니다.” (5월 28일 공개된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의 일부)
#.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새로운 CEO입니다.” (7월 11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 “저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소임이 주어진다면 제가 가진 역량과 전문성을 살려 다음의 과제들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첫째,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를 열어나가겠습니다. 문화가 곧 경제이고, 국제경쟁력입니다. K팝, K드라마, 게임, 웹툰, 출판 등 콘텐츠 산업은 2023년 매출액 154조 원으로 연평균 5~6% 성장률을 보여온 국가 핵심산업입니다.” (7월 29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 “첫째, 콘텐츠산업의 제2의 도약으로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를 열겠습니다. 문화가 곧 경제이고, 국제경쟁력입니다. K팝, K드라마, 게임, 영화, 웹툰, 출판 등 콘텐츠산업은 2023년 매출액 154조 원으로 연평균 6% 수준의 성장을 보여온 국가 핵심산업입니다 (7월 31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 취임사에서)
#. “박물관은 K컬처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성의 기반이자,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의 핵심 거점입니다. 박물관 자산 등 우리 전통유산이 K컬처 시장 300조 원 달성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8월 3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 “콘텐츠 산업의 큰 도약을 통해서 K컬처 300조 원 시대를 이끌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다음 K콘텐츠 발굴에 힘쓰겠습니다.”(8월 4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들어서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는 문화강국의 현상이자 목표다. 수치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공약에 박제된 이후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잇따라 언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뭐냐는 것이다. 문화든 아니든 기준이 분명해야 산업 육성이 가능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위에 언급된 여러 사례에서 보듯 최근 정부가 300조 원 시대의 대전제처럼 일컫는 ‘K컬처’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애매모호한 것에 숫자를 새겨놓으니 더 막연하다. 일단 비교되는 것이 콘텐츠(문화콘텐츠)다. 물론 콘텐츠산업은 범위와 규모가 분명하다. 문체부의 ‘2023년 콘텐츠산업 조사’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산업에는 공식적으로 출판, 만화,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등 11개 장르가 포함된다. 때문에 산업통계가 가능한 데, 2023년 기준으로 연간 콘텐츠 총매출은 154조 원이다. 만약 K콘텐츠가 곧 K컬처라고 한다면 이재명 정부는 5년내 두 배로 이런 콘텐츠산업을 키워야 한다. 대략 매년 20% 내외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그동안 언급된 표현을 보면 K콘텐츠와 K컬처는 다른 듯하다. 앞서 대통령선거 공약집에서는 K컬처의 종류로 콘텐츠(K팝, 드라마, 웹툰, 게임)에 더해 K푸드, K뷰티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푸드와 뷰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K컬처 범주는 들쑥날쑥하게 되는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식산업 사업체 매출액은 153조 원이었다. 이런 ‘한식산업 사업체 매출액’을 K컬처에 포함할 경우 이미 300조 원 시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뷰티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이에 더해 최 장관은 지난 3일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통유산이 K컬처 시장 300조 원 달성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문체부는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이 나온 지도 두 달여가 지났는데 아직 ‘K컬처’에 대한 정의는 오리무중이다. 누구나 아는 K컬처가 아니라 ‘3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기준으로서의 K컬처 말이다. 11개 장르의 콘텐츠만을 이야기하는 지, 콘텐츠에 푸드와 뷰티를 일부 더할지, 아니면 다른 것을 더 더할지, 정부의 답변은 아직도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최휘영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과 최 후보자의 답변 과정에서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 언급이 10번 이상이나 나왔지만 아무도 K컬처가 도대체 무엇인지 정의하지는 않았다. 최 후보자는 당황했는지 “3000조”라는 말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취임 이후에도 상황은 그대로인 듯하다.
최휘영 장관은 앞서 지난달 31일 취임식 직후 문체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K컬처 시장 300조 원 시대’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쏠리는 300조 원 달성에 대한 기대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문화산업 육성이라는 목표가 ‘300조’로 상징 되는 상황에서다.
“300조 원, (앞서 대통령실 등에서) 일단 숫자가 목표로 들어있는, 그것이 저의 발탁의 가장 핵심 키워드처럼 발표하셨잖아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저 사람 오면 뭔가 매출을 만들고 수익을 얻는데 치중할 것 같아, 라는 인상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아요. (중략) 300조가 의미 있는 것은 400조, 500조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300조를 하고 뒷걸음질 하면 어떡해요. 그만한 크기의 저력의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강국이 되자, 문화에서 지금보다 강한 것이 되자는 상징적인 것이에요. 그것은 300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400조, 500조가 보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죠. 나중에는 1000조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자부심, 자신감,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기반이나 저변을 아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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