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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4년간 줄다리기 끝에 車강판 가격 인상

현대차·기아와 t당 5만원 인상 합의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한 근로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제철




국내 철강업체들이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에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인상한다. 완성차 업계와 오랜 줄다리기 끝에 원료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겪는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과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철강사들은 자동차·조선 업체 등 대형 수요처와 반기별로 협상을 통해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철강업체들은 그간 철광석 등 원자재 값 상승에도 제품 값을 올리지 못해 냉가슴을 앓았다. 현대제철의 경우 주 수요처인 현대차·기아와의 협상에서 제품 가격 인상을 이끌어내지 못해 실적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철광석 가격은 이달 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 19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방어해왔지만 원자재 가격의 인상폭이 커지면서 철강업체들의 인상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인상하는 쪽으로 철강사들과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 철강재인 열연과 냉연 강판 가격의 상승세도 이번 인상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1월 말 톤당 88만 원에서 이달 21일에는 130만 원을 돌파했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 회사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발판으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연간 550만톤 이상의 자동차용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약 90%가량을 현대차·기아에 공급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최대 수요처 중의 하나인 자동차사와 공급 가격 인상에 합의하면서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철강사의 수익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장 차 판매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가격을 정해 출시한 차량의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며 “향후 출시될 신차는 인상된 부품값을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는 만큼 판매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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