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은행이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외국계 증권사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호황기를 맞아 반도체 부문의 수출이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소비 등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분석이다.
28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새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이라며 “최근 반도체 호조에 한국의 경제가 정상화에 가까워졌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일 한은은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월 제시된 전망치(3.0%)보다 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3.0%로 상향 조정됐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출 호조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4월 무역지수 및 교역 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118.64)는 1년 전보다 20.3% 올라 8개월 연속 성장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76.7%), 컴퓨터·전자·광학기기(20.8%), 전기장비(32.3%), 화학제품(12.6%)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노무라증권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한국의 수출 호조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직 정상화 단계로 회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 경제 분석을 담당하는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불안정한 경제 펀더멘털을 감추고 있다”며 “무역수지에서 비반도체 부문은 2018년 이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전체 무역 흑자는 449억 달러로 2019년(389억 달러) 대비 15.4% 성장한 반면 비반도체 부문은 4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498억 달러) 홀로 무역 흑자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노무라증권은 전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박 연구원은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했는데 비반도체 부문은 여전히 실적이 저조하고 소비 회복도 더디다”며 “민간 소비와 고용시장의 더딘 회복, 다가오는 정치 달력 등이 한은의 정책 정상화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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