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산업 성장 초기 국면임에도 기술적인 발전과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로 성장의 가시성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은 배터리 단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023~2025년에 주요 전기차의 생애주기 이용가격이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폭스바겐·테슬라·제네럴모터스(GM) 등이 배터리 가격의 하향 목표를 발표하는 것도 전기차 보급확대 속도를 높이는 변곡점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지표다.
전기차 시대를 확신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지구적인 탄소배출 감축정책이다. 유럽에서만 실행되던 탄소배출 순제로 정책이 중국과 미국까지 확대되면서 전기차 확대가 전 세계적인 정책으로 부각됐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순제로(zero)’ 목표연도가 2050년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2035~2040년 이후로는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할 수 없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을 탈퇴하면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멈췄으나, 조 바이든 당선 이후 정반대로 가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이다. 바이든은 최근 발표된 인프라 부양안에 1,740억 달러의 전기차 육성안을 포함했다. 브랜드 별로 20만 대에 제한된 구매 보조금의 한도를 확대하고, 내연기관 중고차를 전기차로 교환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충전 시설을 50만 개로 늘린다. 또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신설에 정부보증 대출·투자세액공제 등도 제공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60년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 이전에 탄소배출 피크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2022년 말까지 유지하고, 전기차 의무판매비율 또한 지속해서 상향할 전망이다. 글로벌 정책 공조로 인해 2020년 312만 대이던 전기차 판매대수가 2030년에는 3,288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이 고성장 초기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K-배터리 업체들의 주가는 최근 조정세다. 폭스바겐이 자체적인 배터리 공장을 확보하겠다는 발표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중장기 성장성을 훼손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 전기차 시장의 고속성장으로 인해 2020년 배터리 시장의 판매량은 141기가와트(GWh)였지만, 2030년에는 2,630GWh로 19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절대 시장이 워낙 커지니 배터리 업체들에 주어질 기회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직접 제조하는 움직임은 일반화되기가 쉽지 않다. 자율주행·전기차 신규 모델 출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배터리 공장까지 직접 투자한다는 것은 경쟁력 확보에 오히려 독이 된다. 폭스바겐도 유럽의 6개의 배터리 공장을 기존의 노스볼트와 또 다른 배터리셀 업체들과 공동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코스닥벤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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