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 달러, 코스피 3,000포인트. 우리가 열심히 살아온 경제를 숫자로 표현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성장과 후퇴의 방향만을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숫자 자체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만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이하 시대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사회 내부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우선 성장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쉽게 통용된다. 하지만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 사회 약자·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 등 공동 번영을 위한 정책 환경으로 바뀐다. 마찬가지로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는 단지 투자자가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환경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경제의 기본 틀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가 발전하면 주식시장을 구성하는 상장 기업의 외형도 커지고 이익 역시 증가한다. 미래 가치와 비교해 현재 가치가 싸다고 느끼는 투자자는 주식을 산다. 코스피가 과거 1,000포인트, 2,000포인트 시대를 열었을 때는 항상 글로벌 경제가 호황 국면이었다. 수출과 기업 이익이 크게 증가하니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코스피 2,000포인트 시대까지는 매출이 크게 늘어야만 성장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기업은 외형 성장을 위해 사람을 많이 채용하고 생산 시설을 증설하는 투자를 하게 됐다.
2,000포인트 시대까지는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성장 전략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제점도 품고 있었다. 기업의 무리한 투자는 영업 환경이 악화될 경우 ‘구조적 디스카운트’ 원인이 돼 발목을 잡아온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그동안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품고 있었던 것이다.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수익 구조 변화를 의미한다. 예전처럼 비효율적인 투자보다 생산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충분히 기업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을 우리 기업들이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새로운 지수 영역을 열어줬던 선도 기업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업들이었다. 그런데 3,000포인트 시대를 열어준 기업들은 핵심 산업군으로 분류되는 정보기술(IT), 국가 경제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헬스케어, 숨겨진 가치를 수면 위로 올려주는 플랫폼 기업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산업 장벽의 보호에서 안이한 성장 전략을 유지해온 기존 기업들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열었고 현재 지수 영역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변화가 경제 성장의 기여도를 높이고,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에 서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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