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의 이유는 늘 있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별다른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도 다시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추석 연휴가 부담이다. 코로나19로 소비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정부가 ‘빚투’를 막기 위해 신용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유가 뚜렷할 때보다 딱히 이유가 없을 때 주가는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비싸다는 증거다. 미국 FAANG+지수는 2015년 이후 5.6배나 뛰었다. 코스닥 바이오주도 많이 올랐다. 필자도 거품 또는 버블 국면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 하지만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 과거 금융시장 거품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세 가지 징후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긴축이다. 과거 주식시장 정점은 긴축을 동반했다. 지난 1990년 1월 닛케이지수 정점은 일본중앙은행의 세 번째 금리 인상 이후 나타났다. 2000년 3월 미국 나스닥지수 정점은 미국 연준의 네 번째 금리 인상 이후 발생했다. 현시점에서 긴축 가능성은 낮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점도표상으로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다.
두 번째는 규제다. 닛케이 버블 붕괴 당시 일본중앙은행은 인플레 억제보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닷컴버블 시절엔 미국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 반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윈도우 운영체제와 익스플로러 웹 브라우저를 분리해서 판매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기업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당시 신경제를 대표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규제가 나타났다는 상징적인 지표였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테크(Tech) 기업들에 대해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진 독과점 금지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만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며,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캘리포니아 검사·상원의원 출신으로 테크 기업에 온건하다.
세 번째는 도덕적 해이다. 80년대 후반 일본 기업들은 본업은 팽개치고 부동산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주요 수출 기업들의 순이익 절반이 부동산 이익이었다. 90년대 후반 닷컴버블 시절 2001년 엔론 사태가 대표적인데 적자를 감추기 위해 수년간 분식회계를 했다. 최근엔 미국 니콜라가 문제다. 니콜라의 엔지니어 면면을 보면 수소와 관련된 기술을 가지기 힘들다(수소·인프라 담당이 건설업 출신). 의구심은 들지만 수소 경제나 친환경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실체가 있어 반사이익도 가능하다.
최근 증시를 보면 버블은 어느 정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주가 조정 국면은 오히려 흥분과 과열을 막아준다는 측면에서는 건전하다. 다만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에게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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