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뜨겁다. 6월 중순 이후 조금은 주춤한 모습이지만 코스닥·나스닥 등 신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로 내렸다. 불과 두 달 만에 1.9%포인트를 내린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는데 주가가 오르니 이유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증시에 참가한 개인투자자들이 이유로 꼽힌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9조원의 주식을 순매수했고 주식 매수 대기자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5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은 주가가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원인이 아닌 결과다. 경제와 괴리된 주가의 상승, 그리고 이러한 투자를 이끌어낸 근본적인 원인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초저금리 정책과 기업에 대한 거의 무제한적 지원,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차단 정책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겼다.
관련기사
당연히 주가는 비싸졌다. 증시에서는 주식의 가격이 향후 1년간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주당 순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는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고는 한다. 이를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가 과거 형성됐던 수준보다 많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비싸거나 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미래의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확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장률과 기업이익 전망치가 낮아질수록 이 수치로 평가한 주가는 비싸진다는 점이다.
비싸도 계속 오르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상당 기간 그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도 ‘돈의 힘’이 작용할 때는 자산 가격이 이미 비싼 상태에서 계속 오르는 경우가 관찰된다. 이번에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일부 우선주의 가격 상승도 마찬가지 사례다. 하지만 그 괴리가 너무 커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유동성 장세의 가장 큰 적은 보통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이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이 높아진 지금은 오히려 걱정할 것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와 경제의 괴리가 커질수록 증시의 위험은 커진다. 수익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이미 발생한 이익이 있다면 일부라도 챙겨 놓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