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ready for EV?”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가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고객을 만나면 던지는 첫 질문이다. 그는 “전기차를 타려면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운전습관까지 바꾸겠다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젠틀(gentle)하게 운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로 겨울 문턱에 접어든 지난 20일 실라키스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더 뉴 EQC 400 4MATIC’을 함께 타고 남산 소월길을 달렸다. 이 차는 벤츠가 지난 10월 국내에 출시한 첫 순수전기차다. 그는 거침없는 운전 실력으로 굽은 길을 헤쳐가면서도 보행자가 있을 때는 다소 심할 정도로 속도를 줄였다. 그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소음이 없어 보행자들이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차량을 고를 때도 기존 기준과 달리 주행거리, 자주 다니는 길의 성격, 주변의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뉴 EQC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데다 전기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구불구불한 소월길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힘의 전달과 코너링은 벤츠의 내연기관 SUV와 다를 바 없었다. 실라키스 대표는 “더 뉴 EQC는 벤츠의 프리미엄 성능과 디자인 등은 그대로 유지한 채 구동기관만 친환경적으로 바꿔 기존 고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며 “설명을 미리 듣지 않고 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전기차인지 알기 힘들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더 뉴 EQC’는 성능·디자인 유지, 이질감 없게 집중
내년엔 EQ 라인업 확장…AMG에도 PHEV 모델
150개 밴더 수출 지원 등 사회적 역할·투자도 늘려
벤츠코리아는 올해 더 뉴 EQC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모델인 EQ파워, EQ 플러스 등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고성능 라인인 AMG도 PHEV를 출시하는 등 거의 모든 라인업에 친환경차를 추가할 예정이다. 실라키스 대표는 “벤츠의 전기차 브랜드인 EQ의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동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승 시승을 마치고 서울역 건너편 서울스퀘어 사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실라키스 대표의 방은 투명한 통유리로 누구든 안을 볼 수 있고 문은 아예 열려있었다. 자유 분방하며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이 전해졌다.
벤츠는 올해 국내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 판매량 8,000대를 돌파하는 등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벤츠의 고객으로 성장했다. 워낙 많이 팔리다 보니 벤츠 E클래스를 일컬어 ‘강남 소나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2015년 9월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가 부임한 후 거둔 성과다. 지난해 벤츠코리아의 매출액은 4조4,000억원에 달한다. 해외에서는 극히 일부 고소득층만 찾는 프리미엄 브랜드 벤츠가 한국에서 이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실라키스 대표는 “한국에 수입차가 도입된 것은 30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기준 수입차 점유율이 16%까지 성장했다”며 “한국은 인구 5,000만명으로 매우 큰 규모의 시장은 아니지만 수출 세계 6위 국가로 충분한 소비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벤츠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차종은 총 80여개로 매우 다양하다”며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적인 측면에서 벤츠 브랜드 자체의 특별함과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는 노력을 한국 소비자들이 고맙게도 인정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이제 단순한 수입차 브랜드를 넘어 한국경제의 중요한 일원이 됐다. 전국적인 딜러망과 AS네트워크를 비롯해 기술개발(R&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창출과 한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벤츠는 다임러 트럭, 파이낸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계열사들과 함께 한국과 독일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포테인먼트, MBUX, 네비게이션이다. 배터리, 디스플레이, 카메라, 타이어 등 150개 한국 기업들과는 부품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벤츠는 이들이 독일, 미국, 중국, 남아프리카 등에 진출하는 것을 돕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국 스타트업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라키스 대표는 “R&D센터, 부품공장 등 하드웨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 지난 5년간 딜러 네트워크와 서비스센터다 2배로 늘었다”며 “세일즈 트레이닝 센터, 부품물류센터(PDC)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900억원 규모의 직접투자를 집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내년에도 AS센터, 딜러 네트워크, R&D개발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 사업에서 전환점을 마련한 벤츠는 내년에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실라키스 대표는 “전기차 브랜드인 EQ 신차 확대, 고성능 라인업 AMG 강화, 신형 SUV 출시 등 크게 3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 많은 압박감을 받고 있다”며 “직원들에게도 1위를 수성하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결과적으로 질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항상 주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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