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또다시 파업 위기에 놓였다. 노조원들의 의견을 묻는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지만 파업권을 확보하려는 노조의 계획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기아차(000270)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공정분배’를 주장하며 사측의 협상 의지 결여가 올해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으로 이익이 늘어난 ‘착시효과’ 때문이지 근본적인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노조는 지난 29일부터 이틀 동안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 결과 파업 찬성 의견이 과반수를 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쟁의 조정 결과가 늦어도 내달 초까지 나오게 되면 현대·기아차 노조는 본격적인 단체행동으로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이번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31년간 경영이 어렵지 않은 해가 없으며 노조의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라며 공정분배 원칙을 지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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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조 주장의 배경에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 2,890억원의 ‘어닝 쇼크’를 기록한 현대차(005380)는 이후 실적이 꾸준히 좋아져 올해 2·4분기에는 7분기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3·4분기 영업이익 1,170억원으로 바닥을 친 뒤 올해 들어서는 2분기 연속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이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효과일 뿐이지 현대·기아차의 체질이 개선돼 본질적인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2·4분기 판매량이 줄어들었지만, 환율 효과에 힘입어 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폭스바겐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2% 늘었고 상반기 판매량이 12.7%나 급감한 푸조·시트로앵을 생산하는 PSA도 영업이익은 10% 이상 늘었다. 현대차 역시 환율 상승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640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여전히 2·4분기 기준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6%와 3.7%로 수익성 저하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미국의 포드(4.2%)와 엇비슷하고 폭스바겐(7.9%)과 PSA그룹(8.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노조가 요구하는 과도한 수준의 임금 및 성과급은 가뜩이나 원가율이 높은 현대·기아차의 미래 성장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등 미래차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수익이 나오지 않는 사업장을 폐쇄하고 인력을 줄여 콤팩트한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현시점에서 오히려 산업 흐름을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경쟁자들은 미래차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며 “노조가 실적 개선으로 대가를 요구할 명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과도한 요구는 노사 모두에게 손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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