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에서 유현조의 컷 탈락은 이변이었다.
올해 우승은 없지만 최다 톱10(11회), 평균 타수 2위(69.78타), 상금 5위(6억 1833만원) 등 대단한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컷 오프도 기권도 한 번 없었다. 유현조의 컷 탈락으로 올해 100% 컷 통과를 하고 있는 선수는 3명으로 줄었다. 상금 순위 상위권 순으로 상금 2위 노승희, 상금 11위 박지영 그리고 상금 16위 배소현이다.
이들 중에서도 노승희의 존재는 아주 특별하다. 장타자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단타자로서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거리 순위에서 배소현이 4위(254.53야드), 박지영 30위(242.41야드)로 높은 반면 노승희는 88위(232.03야드)에 머물러 있다.
사실 지난 주 대회가 종반전으로 치달을 때만 해도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컵은 노승희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장타자 김민솔이 16번과 17번 홀 연속 버디와 18번 홀 이글을 잡으면서 우승자 얼굴이 바뀌었다. 1타 차 2위를 차지하면서 노승희 역시 장타자 세상에서 패배의 쓴 맛을 본 것이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노승희는 한 가지 용감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못 다한 ‘노 기권, 노 컷 탈락, 100% 컷 통과’다. 작년 노승희는 딱 한 번 컷 탈락했는데, 29번째 출전 대회인 덕신 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였다.
그 후 노승희는 다시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2개 대회와 올해 18개 대회에서 한 번 컷 탈락한 적이 없다. 최근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9개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3회, 3위 한 번, 4위 한 번 그리고 5위 한 번 등 7차례나 ‘톱5’를 기록하고 있다. 2위(9억 1623만원)에 오른 상금은 곧 10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고 대상 포인트 3위, 평균 타수 7위(69.96타) 등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다.
장타자 세상에서 단타자 노승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압도적인 쇼트게임 능력이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나 버디를 잡는 확률을 나타내는 스크램블링 부문에서 노승희는 당당히 1위(75.52%)에 올라 있다. 작년에도 노승희는 스크램블링 1위(70.28%)에 오른 빛나는 쇼트게임으로 2승을 올렸다.
노승희는 유해란이 신인왕에 올랐던 2020년 신인 랭킹 7위로 존재감이 별로 없던 선수였다. 그해 상금랭킹 51위로 시작해 2021년 상금 45위, 2022년 상금 46위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2023년 ‘톱10’ 8회를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22위까지 오르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승을 거둔 지난 해 상금 랭킹 8위에 오르면서 톱랭커의 길로 들어서더니 올해는 상금과 대상 1위까지 기대할 수 있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라면 100% 컷 통과는 물론 상금 왕과 대상까지 노려볼 수 있을 정도다.
29일부터 사흘간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KG 레이디스 오픈에는 노승희와 배소현이 출전해 컷 통과와 함께 시즌 2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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