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코웨이를 전격 인수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으면서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기업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웨이는 국내 1위의 렌털계정을 갖고 있어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인수가격이 최대 2조원으로 예상되는데다 렌털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매각 흥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렌털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나 GS리테일 등의 참여 여부가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렌털 업계 등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코웨이 인수 후보로 삼성전자와 SK네트웍스·GS리테일·롯데 등을 거론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손바뀜은 있었지만 코웨이는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지난해 매출 2조7,000억원에 영업이익은 5,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높다. 720만개의 렌털 계정을 보유했고 방문판매 조직원 수(1만3,500명)도 1위다.
IB 업계 관계자는 “방문판매와 서비스를 겸비한 단단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면서 “제품을 이 플랫폼에 얹으면 폭발력이 클 수밖에 없어 전자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 등에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렌털 시장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교원그룹·현대렌탈케어·청호나이스 등과의 협업을 통해 법인 대 법인(B2B) 영업 형식으로 렌털 업계에 발을 디뎠다. 지난 5월에는 ‘2019 코리아렌탈쇼’에 단독 부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의류청정기인 ‘에어드레서’, 의류건조기인 ‘그랑데’ 등 렌털 상품화하기 좋은 가전이 준비돼 있다는 점도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근거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주력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삼성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렌털 업계 2위인 SK매직도 유력한 후보다. 물론 모기업인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를 인수하는 등 굵직한 M&A를 단행한 만큼 현금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과 그룹의 높은 신용도 등이 뒷받침되면 문제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맞선다. MBK파트너스가 웅진코웨이를 보유하고 있을 때 매수를 검토했던 만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의중이 이번 인수전 참가에 핵심조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매직 관계자는 그러나 “경영진을 비롯한 회사 실무진에서는 웅진코웨이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SK매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렌털 사업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GS그룹도 렌털 사업에 관심을 가진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전면에는 GS리테일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GS리테일은 내부적으로 정수기와 렌터카 사업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백화점 등 유통망을 갖춘 롯데그룹도 렌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변수는 가격이다. 웅진 측은 자체자금 4,000억원과 외부 조달자금 1조6,000억원 등 총 2조원을 들여 코웨이 지분 25.08%를 확보했다. 여기에 이자 비용과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2조1,000억원에는 지분을 매각해야 본전을 건진다. 하지만 3월 주당 10만3,000원에 매입했던 코웨이 주가가 현재 8만원대로 떨어졌고 매도자 측이 다급하게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수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웨이가 갑작스럽게 매물로 나온 만큼 인수자 우위의 상황”이라며 “인수가격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지겠지만 웅진에는 불리한 매각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수민·서일범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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