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인테리어 용품 등 건자재 판매상을 운영하는 요우깡(42)씨는 매장 확대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지만 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현지 은행에서 20만달러를 빌리면서 내는 연이자만도 9%에 달해 상환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는 현지 통화인 리엘화가 있기는 하지만 노점상에서도 달러를 요구할 정도로 달러 사용이 보편적이다.
자금 융통 방안을 고민하던 그는 지난해 1월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의 영업점을 방문해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국민은행은 대출 금리를 기존 9%에서 7%로 낮추면서 기존 대출금의 대환을 도와주고 여기에 더해 20만달러를 신규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연간 이자비용만 8,000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 그는 과감하게 국민은행을 선택했다. 캄보디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00달러선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지난 12일 자신의 매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요우깡씨는 “KB의 대출을 받아 매장을 늘린 뒤 기존 9만달러였던 월 매출이 14만달러로 늘었다”며 “대출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금리가 낮아서만이 아니라 대출 실행 이후에도 매출 등 영업실태를 꼼꼼히 챙기는 서비스에 감동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KB는 항상 웃고 직원들이 친절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앞으로 현지 은행 대신 국민은행에서 추가로 자금을 더 빌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캄보디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계 금융회사만 14곳이 진출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지에서 “KB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의 대출금은 2015년 4,47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3,817만달러로 3년 만에 세 배 넘게 증가했다.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인 ‘리브’ 가입자 수는 2016년 1만1,903명에서 지난해 7만3,605명으로 일곱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금융기관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5년 7.7%에서 지난해 1.6%로 6.1%포인트나 개선됐다.
국민은행의 괄목할 만한 성과 이면에는 한국식 금융을 현지에 맞게 접목한 맞춤형 전략이 있었다. 우선 현지 7개 지점에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대출모집인들에게 성과급제를 적용해 일한 만큼 받는 문화가 뿌리내렸다. 한국 본점을 설득해 현지 직원도 대폭 확충하고 여신심사 인원도 기존 3명에서 12명까지 늘렸다. 현재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해오는 만큼 현지 은행보다 저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게 가능해 영업력만 있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캄보디아가 모바일 친화 사회라는 점도 집중 공략했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은행 계좌를 가진 국민보다 스마트폰을 가진 국민이 더 많다. 은행은 안 가봤어도 스마트폰은 능숙하게 이용하는 문화라는 얘기다. 현지 금융당국도 핀테크 등 모바일 서비스에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페이스북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대학교 및 프로축구단과 손잡고 리브 고객 확보에 힘을 쏟았다.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인들이 한국문화에 적극적인 점도 활용했다.
KB국민은행은 신남방 지역에서의 영업 기반을 기존 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 중심에서 인도네시아·인도 등으로 확장하고 나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7월 1,140억원을 투자하며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2008년 BII은행(현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지분 매각 이후 10년 만에 인도네시아 시장에 재진출한 것이다.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내 자산 기준 14위의 중형은행(BUKU3)으로 총 322개의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고객 및 중소·중견기업(SME) 고객 위주의 리테일 사업이 주력이다. KB국민은행은 주택금융을 포함한 소매금융, 디지털 뱅킹 및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부코핀은행의 가치 증대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재무, 회계, 리스크 관리, 여신심사, 여신 관리, 신용감리, 마케팅, 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서 10명이 현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15일 부코핀은행을 찾아 경영진 간 향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지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이 추가 증자를 통해 지분을 더 확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부실 문제가 커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카르타에서 만난 한종환 국민은행 글로벌추진부 본부장은 “세부적인 비즈니스 플랜을 세워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1대 주주가 돼 KB 방식으로 경영을 할지, 일부 자금이 투자됐어도 좀 더 기다려볼지에 대해 올해 중에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18일 인도 진출 1호점인 구루그람지점을 개설했고 20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지점이 문을 연다. 구루그람지점은 여·수신 및 수출입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캐피탈마켓팀 운영을 통해 대고객 외환(FX) 및 파생상품 판매 등 자본시장업무도 제공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향후 인도 지점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인도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허 행장은 “구루그람지점은 현지 진출 기업과 로컬 협력사의 다양한 금융 니즈를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서일범기자 자카르타=황정원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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