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수소전기차 넥쏘의 누적계약 건수가 지난달 29일 기준 6,162대를 기록했다. 출시 10개월 만에 거둬들인 성적으로 현재 계약된 차량 규모만으로도 올해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보조금 대상 차량 규모(4,000대)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주행 중 대기의 초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위의 움직이는 공기청정기’로 불린다. 2차전지를 이용하는 전기자동차와 비교해 월등히 우수한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등을 앞세워 앞으로 순수 전기차와 함께 자동차 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 속에서도 출시된 지 불과 8개월 만에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은 그동안 수소전기차를 둘러싼 우려들이 조금씩 제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수소 경제 활성화’를 천명하고 수소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보조금 정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수소전기차를 구매해도 된다는 신뢰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14개소에 그친 수소충전소를 올해 86개소까지 늘리고 2022년 310개, 2040년에는 1,200곳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소차 보급 역시 올해 4,000대를 시작으로 2022년 8만1,000대, 2030년 180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외부 기관에서 잇따라 넥쏘의 안전성에 문제없음을 확인한 것도 주효했다. 넥쏘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18년 신차안전도평가(KNCAP)’에서 일반 내연기관 차량을 제치고 ‘올해의 안전한 차 ‘1위를 수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유럽 신차 안정도 평가기관인 ‘유로 엔캡(EURO NCAP) 테스트’에서 네 가지 평가영역 모두 최고 등급인 ‘별 다섯 ‘을 획득했으며,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9 세계 10대 엔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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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올해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의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넥쏘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까지 계약된 차량 중 949대를 실제 고객에게 인도했으며 올해는 6,000대까지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획도 잡았다. 중장기적으로도 현대차는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에 7조6,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 50만대까지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한편 2025년까지 수소차 등 친환경차 모델을 44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을 통해 밝힌 수소 충전소 확대와 보조금 확대 등 꾸준한 지원책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 전기자동차에 대한 우려를 현재 수소전기차에 대해서도 똑같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곱씹어 봐야 한다”며 “일본은 기업과 정부, 지자체, 대학 등이 수소 추출부터 운송, 충전 등 수소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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