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성장세는 확실합니다. 문제는 모호한 법과 규제죠.”
법무법인 율촌의 기업금융팀인 이태혁 미국 변호사와 김선희 변호사가 말하는 인도네시아 투자의 성공 방정식은 ‘모호함에 대처하라’다. 인도네시아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두 변호사는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쌓았다. 서울경제신문 시그널팀은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율촌 본사에서 이들을 만나 인도네시아 투자의 해법을 들었다.
이들은 최근까지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은행 부코핀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도왔고 지금은 경쟁사인 IBK기업은행이 미트라니아가은행과 아그리스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롯데·CJ·하림 등 다양한 기업의 인도네시아 기업 투자도 자문했다.
인수합병(M&A) 작업에서 정보 보안은 생명. 기업들이 외부 조력자인 법무법인을 거래 후반부에 합류시키는 이유다. 그러나 두 변호사는 KB국민은행이 부코핀 인수를 위해 사전 검토하는 과정부터 참여해 밑그림을 그렸다. 이 변호사는 “실제 거래 진행 기간보다 사전에 준비하는 기간이 더 길었다”면서 “금융기관 진출인 만큼 현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한국에는 없는 제도인 소수지분 공개매수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일정 이상 지분을 사면 공개매수를 통해 나머지 지분을 소수 주주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가격에 사들여야 한다. 만약 초기 소수지분에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샀다면 전체 지분을 같은 가격에 사줘야 하는 셈이다.
어느 나라나 주요 인프라인 금융기관의 M&A는 투자자가 적격한지 까다롭게 따진다. 김 변호사는 “금융기관마다 적격성 심사 담당자가 다를 수 있고 그들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매도자 측이 요구하는 자금조달 방안이 국내 금융지주회사법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체크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은 과거에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철수한 적이 있다. 한 번 철수한 금융기관에 두 번 인가를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재진출에 대해 인도네시아 당국은 큰 문제삼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마침 인도네시아 정부가 많은 은행을 통합하고 자본 건전성을 높이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면서 “국내 1위인 KB은행이 투자하면 인도네시아 은행 산업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게 현지의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경영권 인수가 아니어서 더욱 어려웠다는 게 두 변호사의 전언이다. 김 변호사는 “KB은행은 2대 주주였지만 인도네시아 법상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 소수지분을 강제로 공개 매수해야 한다”면서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경영권에 해당하지 않는 권한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네시아 M&A 시장의 수요 확대를 미리 내다보고 현지 법무법인과 함께 사무소를 열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변호사가 율촌에서 근무하고 율촌에서 인도네시아에 파견된 변호사가 현지 당국 면담, 거래 상대방 협상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직접 가지 않아도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미팅 때 변호사가 동행하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율촌에서 해외투자 전문 변호사의 사관학교로 통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인도네시아는 대주주가 바뀌면 노동자가 퇴사할 권리를 갖고 핀테크 등 신사업은 세부업종별로 외국인 투자규제가 적용되는 등 따질 것이 많다”며 “현지 사정에 밝은 자문단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임세원·조윤희기자 why@sedaily.com **시그널 10월 31일 오전 8시 15분 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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