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 여파로 경쟁력을 잃은 알뜰폰 업계가 출혈경쟁을 벌이며 시장의 새 판을 짜고 있다. 정부가 최근 알뜰폰 업계를 살리기 위해 보강정책을 내놓았지만 알뜰폰 업계의 하위사업자 퇴출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단기간 알뜰폰 업계의 누적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알뜰폰업계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알뜰폰 번호이동의 순증 가입자 가운데 70%가 SK텔링크, KT엠모바일,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 등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 고객으로 나타났다. 지난 4~9월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 3곳은 번호이동 고객이 2만6,000여명 순증한 반면 나머지 알뜰폰업체들은 9만7,000여명 순감했다. 반면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를 제외한 다른 사업자들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사업을 종료한 데 이어 이마트도 알뜰폰 관련 사업을 신규로 확장하지 않고 있다. 또 제주방송, 서경방송 등 케이블방송사업자들 역시 사업은 하고 있지만 가입자 순증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계는 현재 44개 사업자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 활동을 하는 업체는 20여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업자들이 이미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4~5개 사업자 위주의 시장 재편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이동통신사 자회사들이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자회사들은 현재 원가 이하의 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KT엠모바일이 데이터 1.5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 제공으로 월 5,390원에 판매하는 요금제는 원가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미디어로그 역시 유사한 상품을 이달 4,95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적자를 감수한 마케팅이다. 이들 업체는 장기적으로 가입자를 늘리면 수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6GB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 1만명 수준일 경우에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10만명이 넘을 경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알뜰폰업체의 원가산정방식과 관련이 있다. 알뜰폰 업체는 현재 이동통신3사에 망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고객이 데이터를 사용한 만큼 망사업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6GB 계약고객이 데이터를 전부 쓰면 알뜰폰 사업자는 이익을 보기 어렵지만 데이터를 절반도 못 쓰는 고객이 많아지면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즉, 가입자가 늘어나면 데이터 미소진량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알뜰폰 사업자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은 과거 이통3사와 영업방식이 비슷하다”며 “마케팅 비용을 막대하게 투입한 이후 가입자가 늘어나면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인데 자본력을 비교하면 시장 하위업체들은 이들의 공세를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기도 한다. 시장이 이미 정체기에 도달했는데 사업자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알뜰폰 이용객이 12% 가량 되는데 해외시장을 견줘봐도 더이상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전체 휴대전화 이용객 가운데 알뜰폰 사용자 비중은 최대 15%가 한계라고 본다”며 “국내 알뜰폰 시장이 최고점에 거의 도달한 상황이어서 시장 재편의 시기를 맞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킨게임 여파로 알뜰폰 업계의 누적손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알뜰폰업계는 지난해 264억원의 적자를 냈고 지난 6년간 누적손실이 3,5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최근 알뜰폰 업체의 망 도매대가를 추가 인하하도록 하고 우체국 유통사업망을 확대하는 등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알뜰폰 업계 전체로는 올해 2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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