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최대 이익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9개월째 후임을 찾지 못하면서 자칫 올해를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협회 차원에서 주도해야 할 제약산업 육성 등 관련 현안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자 일부 회원사가 불만을 제기하는 등 갈등 국면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월 원희목 회장이 자진사퇴 이후 아직까지 신임 회장을 선임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945년 설립된 협회는 197개사를 회원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한국제약협회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로 협회명을 변경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원 전 회장은 2017년 3월 임기 2년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에 취임했으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제한을 위반했다고 지적하자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원 전 회장이 취임 직전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장을 지낸 게 문제가 됐다.
원 회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협회는 유한양행 대표인 이정희 협회 이사장 주도의 비상체제로 가동됐다. 후임 회장을 조속히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달 신임 회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까지 열었지만 일부 이사장단사가 불참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협회는 다음 달 중순 이후 이사장단 회의를 열어 후보군 추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회 창립 이래 이렇게까지 장기간 후임 회장 선임이 지연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일부 회원사 사이에서는 특정 인사를 내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점을 늦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오르내린다. 원 전회장이 다시 거론되고 있고, 노연홍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문창진 전 보건복지부 차관, 손건익 전 보건복지부 차관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원 전 회장의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이 오는 10월 말 만료된다는 점에서 차기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협회 회원사들은 차기 회장 선임이 계속 늦어지자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의 주도권을 다른 협회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원격의료, 신약개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데 협회 차원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국내 바이오제약업계는 크게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3개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임이 계속 늦어지면서 ‘K바이오’의 주도권이 한국바이오협회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회원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시바삐 후임 회장 인선을 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