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화물 운송용 대형 트레일러 차량으로 국내 고속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에 근접한 3단계(레벨 3) 운전에 성공했다. 트럭에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면 기차처럼 선두 트럭을 뒤따르는 트럭을 잇는 군집운행이 가능해져 물류 경쟁력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물류산업 혁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21일 40톤급 엑시언트 트럭에 트레일러를 달고 의왕~인천 고속도로 약 40㎞ 구간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차는 올해 6월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대형 트럭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증을 받았고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도 완수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전체 5단계) 레벨 3는 중간단계의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계획된 경로를 자동으로 따라가면서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는 수준으로 특정 위험 상황에서 운전자가 개입하는 기술이다.
이번 자율주행에서 현대차는 물류산업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와 협업해 실제 중국으로 수출될 자동차부품을 싣고 달렸다. 자율주행 트럭은 현대글로비스의 아산KD센터에서 차량부품을 싣고 운전자가 운전해 의왕 컨테이너 기지를 지나 부곡 나들목(IC)을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엑시언트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에서 △고속도로의 자연스러운 교통 흐름과 연계한 차선 유지 △지능형 차선 변경 기능 △앞 차량 차선 변경 인식 대응 △도로 정체 상황에 따른 완전 정지·출발 △터널 통과(2개) 등의 기술을 안정적으로 선보였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자율주행 트럭은 최고 제한속도인 시속 90㎞를 준수하며 약 1시간 동안 40㎞ 거리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3단계 자율주행에 성공한 트럭은 현대차의 센싱(인식) 기술과 정밀지도, 판단·제어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트레일러를 결합한 대형 트럭은 일반 준중형급 승용차와 견줘 길이는 3.5배, 폭은 1.4배, 중량은 9.2배 정도 크다. 이 때문에 일반 차에 비해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전방·후측방에 카메라 3개 △전방·후방에 레이다 2개 △전방·양 측면에 라이다(레이저 레이다) 3개 △트레일러 연결부위에 굴절각 센서 1개 △위성항법장치(GPS) 1개 등 총 10개의 센서를 장착했다. 고도화한 판단·제어기술과 전자 제어장치에 따라 트럭의 조향 각도를 정밀 제어하는 신규 조향제어 시스템(MAHS)도 탑재했다.
업계는 대형 트럭의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물류산업을 혁신해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교통사고는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운송이 가능해져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최적의 속도와 가속력을 유지하도록 설정돼 장거리 운송 원가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연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피로를 감소시켜 업무 환경이 개선되고 사고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선두 차량의 주행 경로를 뒤따르는 차들이 그대로 추종하는 군집주행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물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 이후 대형 트럭 군집운행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시연의 성공을 시작으로 군집주행은 물론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트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