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소득주도 성장’입니다. 생활비 경감 대책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한 부분인데요. 통신비, 교통비 등 고정지출 비용을 줄이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면 이를 깎아주는 것도 소득주도 성장이겠지요. 연일 폭염이 지속 되면서 정부 역시 전기요금을 깎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00 여건이 넘는 청와대 청원 등 “에어컨도 복지다”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죠. 하지만 정부가 꺼낼 카드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인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완화 한다면 한전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이어지고 탈원전 정책과의 충돌 등 여러 문제도 제기되기 때문이죠.
◇전기요금 폭탄 속출하나= 20년 만에 무더위가 덮친 2016년. 정부는 6단계인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3단계로 개편했습니다. 이에 따라 1단계와 최상위단계의 누진율은 11.7배에서 3배로 줄어들었는데요. 이로 인해 전기요금 부담이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올해 찾아오면서 누진제라는 전기요금 체계가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올해 7월 가정의 전력소비량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부의 전망치마저 뛰어넘은 최대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주택용 전력소비량은 크게 증가할 전망입니다. 한국전력공사는 가정의 평균 에어컨 사용량인 3.5시간보다 2시간 더 에어컨을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9만8,000원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폐지 땐 산업용 전기요금·저소득층 부담 커질 우려=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누진제 폐지까지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된 지금은 입장이 다른데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누진제를 개편한 것이 2년도 채 되지 않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으로부터 최근 전력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 현황 등은 보고 받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현행 누진제를 수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데요. 정부와 여권이 누진제 개편에 소극적인 이유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싸지면 반대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완화 활 당시에도 누진제 완화 측 입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혜택을 줄인다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에됴. 2·4분기 설비투자가 6.6% 감소하는 등 국내 산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부 역시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또 누진제 폐지시 1KW 당 전기요금 단가가 올라 전력소비량이 적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 대책은 언제? 빠르면 다음주 감면 방안 발표=민주당과 산업부는 이르면 다음주 당정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여당도, 정부도 아직 선뜻 방안을 내놓진 못하고 있습니다. 내놓을 대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 완화로 의견이 모아집니다. 우선 2015년과 마찬가지로 누진제 구간 별 적용되는 요금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2015년 7~9월 한해 누진제 4구간에 3구간 요금을 적용했습니다. 누진제 한시 완화로 647만가구가 1,300억원의 전기요금을 덜 쓰게 됐고요. 4인 도시가구로 계산할 경우 월평균 8,368원의 절감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구간별 기준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2016년엔 누진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7~9월 구간별 전력 사용량을 50kwh씩 확대했습니다. 이로 인해 2,200만가구가 3개월간 4,200억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이와 관련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폭염이 길어지면서 저소득층과 소상공인의 전기요금 걱정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전기요금을 경감하기 위한 요금 체계 개편이나 부가세 환급 등 다양한 방안을 즉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부가세 환급 방안은 기본 요금과 전력사용 요금의 10%인 부가세를 월 500kwh 이하 사용가구에 환급해준다는 게 골자입니다. 월 1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내면 혜택은 8,000~9,000원 수준입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한전에 부담이 가지 않아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지만 감면 효과가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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