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통 후입주’를 목표로 시작한 3기 신도시의 입주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초 예정됐던 교통 인프라가 구축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고양창릉 지구에 설치될 예정인 GTX-A 창릉역은 설계 변경과 추가 공사 기간 등의 이유로 당초 2026년 목표에서 2030년까지 미뤄졌다. 또 하남 교산지구의 송파하남선은 당초 2030년에서 2032년으로 개통 시기가 늦어졌다. 1991년 분당을 시작으로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가 공급된 지 45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신도시 공급 대책의 설계가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1기 신도시와 달리 2기 신도시 추진 과정부터 광역교통망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교통시설을 확충해 입주 시기에 맞춰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시공사 참여 저조, 노선에 대한 지자체 간 갈등이 빚어지며 이미 입주를 완료한 2기 신도시조차 교통망을 완성하지 못했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분양가에 산정해 분담시킨 광역교통부담금만 총 16조 2000억 원이지만 사업이 밀리다 보니 여전히 사업비 집행은 절반에 그쳤다. 그럼에도 서울 집값 상승→대규모 신도시 공급이라는 정책만 쳇바퀴처럼 반복하면서 2기 신도시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역시 ‘교통지옥’을 답습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2기 신도시 교통망도 차일피일
주요 2기 신도시의 입주시기부터 주요 교통망이 개통되기까지 소요 기간을 분석한 결과 광역교통분담금 집행이 완료된 김포 한강 신도시와 판교 등을 제외하면 최소 평균 13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개통이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위례신도시다. 2013년 입주한 위례신도시의 경우 서울로 접근성을 높여주는 위례신사선의 개통을 명목으로 분양 계약자에게 약 700만 원의 광역교통부담금을 분양가에 반영해 징수했다. 하지만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여전히 개통 시기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러야 2030년 개통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위례신사선은 민간투자사업에서 재정투자로 사업방식을 전환하기로 하고, 사업 타당성 검증 절차를 다시 밟고 있다. 이와 관련 위례시민연합은기자회견을 열고 “위례신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광역교통부담금을 징수하고도 사업이 실패했다면 국토부와 LH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재정 사업으로 전환 시 예타 분석 등으로 또 오랜 시일이 걸려 10년 뒤에나 위례신사선을 이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양주 옥정 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입주한 양주옥정의 경우 7호선 연장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에는 2025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빨라야 2030년 개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옥정신도시의 한 주민은 “인구는 늘고 있는데 아직도 광역 전철 하나 없는 곳이 무슨 신도시라 할 수 있겠느냐”며 “7호선 하나만 보고 버티고 있는데, 입주 후 15년을 지하철 개통만 바라보고 사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GTX-A 창릉역 등 잇따라 개통 연기
3기 신도시는 ‘선교통 후입주’를 내걸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고양창릉지구를 지나는 고양은평선은 개통 목표 시점이 2029년에서 2031년으로 연기됐다. GTX-A 창릉역은 설계 변경을 거치고 추가 공사 기간 등의 이유로 당초 2026년 목표에서 2030년까지 개통이 미뤄진 상황이다. 하남 교산지구는 송파구와 하남 교산지구를 잇는 지하철 3호선 연장선 '송파하남선' 개통이 2년 연기됐다. 당초 2025년 착공,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했지만 2년씩 지연됐다. 남양주 왕숙은 GTX-B 노선과 지하철 9호선 '강동하남남양주선'이 지날 예정이다. 다만 GTX-B는 지난해 착공식을 진행했지만 수익성 등에 따른 이유로 민간 구간은 실착공이 지연됐다. 당초 개통 시점이 2030년이었지만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2031년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금을 늘려 실탄을 확보했지만 사업 진행 속도는 2기 신도시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3기 신도시 5곳의 광역교통부담금은 9조 7815억 원에 달한다. 가구당 부담금은 2기 신도시의 두 배 수준인 가구당 3000만 원~4000만 원으로, 분양가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된다.
본청약 포기 속출…집값도 못잡아
정부는 집값이 상승할 때마다 신도시 공급 카드로 대응했다.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서울 집값은 꾸준히 상승했다. 사전 청약을 통해 일부 공급됐던 일부 3기 신도시의 경우 사전 청약자들마저 본청약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첫 분양에 나섰던 고양창릉 3개 블록에선 본청약 결과 1401명 중 1028명만 계약을 진행했다. 약 26.6%가 포기한 것이다. GTX-A 개통이 늦어지는데다 공사비도 상승해 분양가가 올라 선호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기존 지하철 연결이든 GTX든 제대로 작동해야 했다”며 “신도시를 무작정 공급한다면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