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가장 적합한 답을 줄 것입니다. 인공지능(AI)은 구글의 최종 도착지입니다.”(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최근의 첨단 정보기술(IT)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이 같은 발언은 놀랍게도 초고속인터넷이 막 보급된 지난 2000년에 나왔다. 여느 인터넷 기업처럼 검색엔진으로 출발한 구글은 이미 18년 전부터 이처럼 명확한 지향점을 설정해 달려왔다. 그리고 자회사 딥마인드의 AI 엔진 ‘알파고’가 2016년 3월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장기과제가 완성단계에 왔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해 5월 지주회사 ‘알파벳’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AI 퍼스트 시대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구글 중심의 ‘AI 시대’를 회사 안팎에 선언한 것이다.
AI는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용자의 검색·위치·소비정보가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많은 규모로 쌓여 빅데이터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됐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력도 덩달아 향상됐다. 결국 검색엔진부터 지도·e메일 등 구글의 수많은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전 세계 76억명 인구의 ‘개인정보’를 먹고 구글의 AI 기술은 발전을 거듭한 것이다.
구글의 AI 기술은 이미 사람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구글렌즈’부터 ‘구글번역’, e메일 기능인 ‘지메일’까지 흔히 사용하는 구글 서비스 대부분에는 AI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AI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대화(언어처리)’ 영역에서 구글의 성과는 가장 탁월한 것으로 꼽힌다. 올해 5월 미국 구글 본사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구글 I/O)에서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쓰는 감탄사나 의성어까지 재현한 AI 상담원 ‘듀플렉스’가 공개돼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듀플렉스는 자연어처리(NLP)와 딥러닝(심층 기계학습) 등을 결합한 기술로 기계처럼 딱딱하게 말하던 기존 AI와 달리 ‘사람처럼’ 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글의 전방위적인 AI 기술 진화 양상을 두고 ‘플랫폼의 제국’을 쓴 스콧 갤러웨이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미 사람의 ‘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구글이 놀라운 속도로 AI 기술을 발전시킴에 따라 ‘공포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AI 기술을 검색엔진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해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한 구글이 이용자들의 성향과 행적 등을 속속들이 파악해 다양한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엔진뿐 아니라 AI스피커와 안드로이드오토 등 다양한 경로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이러한 엄청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을 묶어 놓고 수집된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하는 등 ‘빅브러더’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말 안드로이드폰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본사로 전송한바 있다.
윤리성과 도덕성 논란도 여전하다. 구글이 듀플렉스를 공개했을 때 미국 내 유력 언론과 IT 전문가들은 “AI 로봇이 인간을 속여 대화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구글은 듀플렉스가 AI라는 점을 밝히고 녹음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상담원 역할을 하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고도화한 AI 기술이 대량살상무기에 적용돼 ‘살인병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구글이 미 국방부와 AI를 활용한 무기 성능 향상 사업인 ‘메이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점화됐다. 구글은 비판이 이어지자 메이븐 프로젝트 참여를 취소했다. 제프 딘 구글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AI를 활용한 자율작동무기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