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영세 업체에 최저임금 인상분 인건비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도 ‘시장가격 개입’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2년 연속 10%대로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작용에 대해 작심하고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김 경제부총리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경제·금융 현안 및 대응방향’ 관련 간담회를 갖고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간담회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김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운용에 있어 하방 리스크에 주목한다”면서 위험요인으로 글로벌 무역분쟁과 함께 최저임금을 꼽았다.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는 비판의 강도를 더 높였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연령층, 일부 업종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되는 조짐을 보인다”며 “혁신성장 측면에서도 시장과 기업의 경쟁 마인드를 촉진시키는 데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위축은 물론 기업의 비용부담을 높여 투자심리를 꺾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정했다. 올해 16.4%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다. 김 부총리는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뒤 ‘속도조절론’을 펴왔는데 내년에도 급격히 인상되자 경고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일부를 나라 곳간으로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재정을 통해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츰 시장 개입을 줄여나가야 하므로 현재 3조원에서 규모를 더 늘리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김 부총리가 이날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 2차관과 차관보 등 주요 간부를 이끌고 이 총재를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회동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거시경제 운용방안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때 기재부는 무역분쟁·고용부진 등으로 경기여건이 녹록지 않으며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주로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더불어 상호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 소위 ‘폴리시믹스’를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경제정책의 두 수장 간 공조를 대외에 천명하는 한편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추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시점에서 폴리시믹스를 강조했다는 것은 통화 완화정책의 유지, 즉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추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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