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줄이고 은행에 착실하게 돈을 모으는 알뜰족이 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개설된 1억원 이하 소액 정기예금 계좌수는 2016년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1,300만 계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입출금통장인 보통예금 규모는 201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예금은 예금주가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의 일종이다. 소비를 위해 돈을 쓰지도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테크에 돈을 투자하지도 않은채 은행에 돈을 쟁여두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의식주를 제외한 소비지출은 주춤한 상태다. 개인들의 신용카드 사용처를 보면 화장품과 옷 매출이 꾸준히 줄고 있다. 화장품은 2015년 이후 매년 1,000억여원씩, 의복과 직물은 2014년 이후 1,500~2,000억원씩 줄어드는 추세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신용카드 매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현상과 대조적이다.
통장 잔고 내에서 소비하는 체크카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도 알뜰족이 증가하는 데 따른 현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체크카드 일평균 이용액은 4,66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증가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이용액은 1조7,600억원으로 체크카드보다 많았지만 증가율은 4.9%에 그쳤다. 체크카드 발급장수는 1억2,719만장(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카드(9,946만장)를 훌쩍 앞서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장과 노후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탓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가계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이익을 유보하는 것처럼 개인들도 은행에 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알뜰족의 증가가 경제에 좋은 신호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능현기자 빈난새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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