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초소수성 신소재, P·N 반도체를 활용한 정전기 발생장치…
김찬홍(59·사진) 지유디이에스 대표가 개발한 기술과 사업 아이템이다. 일반인들이라면 10~20년간 한 번도 내뱉지 않을 전문용어들이어서 당연히 김 대표가 화학이나 전기·전자분야 전공자, 그것도 석·박사급은 될 거라 짐작했다.
“고졸입니다.” 지난 23일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창업보육센터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이어 그는 아이템의 개념을 간단히 소개했다.
먼저 친환경 초소수성(물을 밀어내는 성질) 신소재는 공기는 통하되 물은 새지 않는 발수 기능 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 비를 맞아도 젖지 않으면서 땀은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성 등산복을 생각하면 된다.
P·N 반도체를 활용한 정전기 발생장치는 건조한 겨울에 물체를 만지다 ‘따닥’ 하며 깜짝 놀라게 하는 정전기를 만드는 소형 장치다. 고전압의 정전기는 세균을 죽이고 먼지를 흡착(빨아들임)한다. 이 장치를 공기청정기나 병원 멸균실에 적용하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이 함께 주최한 ‘혁신적실패사례공모전’에서 이 아이템들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고교 졸업 후 세무사 사무실에서 경리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일하다 34세 되던 해 터널식 세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기업과 주유소 등에 설비를 팔며 큰돈을 만지나 싶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일용직부터 택배, 기계 조립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2014년 지금의 사업을 시작했다.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특정 직업에 오래 몸담지도 않았던 그가 어떻게 신소재를 개발하고 전기장치를 만들었을까. 그는 “배운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전공이 있었다면 다른 분야로 생각의 폭을 넓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원래 알던 지식을 뛰어넘는 유연한 사고가 있어야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잎과 토란잎 등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부서지지 않고 둥근 모양을 유지한다는 건 알려진 지식이다. 김 대표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대학 연구실을 찾아다니고 몇몇 실험 도구를 차에 싣고 다니며 무수한 시행착오와 개발 끝에 신소재를 만들었다.
이 소재를 실에 입혀 원단을 짜면, 우리 눈에는 안보이지만 촘촘한 돌기가 생긴다. 이 돌기는 연잎의 단면과 비슷한 효과를 내 물방울의 접촉면을 최소화함으로써 흡수되지 않고 떠 있는 상태를 만든다. 물은 통과하지 않지만, 섬유조직 사이로 공기는 드나드는 발수 기능을 구현하는 원리다. 그는 “현재 발수 기능 원단은 불소화합물로 코팅하는데 불소는 인체에 유익하지 않다”며 “신소재는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점차 기존 섬유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 신소재 활용을 위해 국내외 기업과 상담을 진행 중이다. 기술을 판매하거나 인수합병(M&A)을 노리고 있다. 그는 “정전기 발생장치 기술도 관련 회사들과 업무 미팅을 계획 중”이라며 “현재 아이템의 사업화가 이뤄지면 효율성 높은 풍력발전 사업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안산=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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