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꺼내 든 카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범위 확대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사례를 차단하고 보복을 우려해 공정위 신고를 꺼리는 경향을 막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불공정한 시장을 개선하기 위한 최우선적 과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은 26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징벌적 배상을 신규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돼 있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서는 위반행위 유형을 확대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 등이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로 손해를 끼쳤을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강제한 제도다.
공정위는 손해배상액의 배수를 늘리기보다 현행 최대치인 3배수를 적용받는 행위 유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늘릴 방침이다. 현재 3배수를 적용받는 행위는 원청업체의 하도급업체 기술 탈취 등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최대 손해액의 3배수까지 배상을 해야 하는데 이 배수를 늘리는 것은 아니고 3배수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을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하도급법에서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됐는데 이를 가맹사업거래·대리점거래, 그리고 이번에 유통업까지 그 외연이 점차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맹유통본부의 ‘갑질’을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이 위원장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가맹본부의 보복 금지 조치를 신설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보복 금지 조항도 신설한다”고 말했다. 현행 하도급법에는 원사업자의 보복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가맹사업법에는 관련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이 위원장은 또 “하도급 납품단가를 조정할 때 원자재 단가 변동만 반영했는데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무비의 변동도 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이날 공정위의 업무보고를 받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우리 경제는 독과점·담합 구조가 고착화돼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졌다”며 “경쟁체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해 국내 과점시장에 대한 감시체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증권업에서 인터넷증권사가 출범하면서 증권거래 수수료가 낮아진 사례와 항공 산업에 저가항공사들이 진입해 소비자들의 혜택이 커진 사례를 들며 “금융 산업계에도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광우·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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