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두뇌를 닮은 일종의 전자뇌(코어) 256개를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에 담는 인공지능칩(AI칩)이 오는 2020년까지 국내에서 개발된다. 토종 AI칩은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기기 같은 개인용 소형 정보통신기기도 슈퍼컴퓨터 수준으로 변신시킬 수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4년간 이 같은 초고속·초절전·초경량 AI칩을 만들기로 하고 이르면 2월 초 ‘지능정보 매니코어 프로세서 개발’이라는 명칭으로 사업추진을 공고한다. 정부는 기술개발을 위해 70억원을 출연하고 개발기술 상용화는 민간자본 참여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구개발(R&D) 사업 3년차까지는 AI칩 제조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4년차부터는 상용품 제작을 개시할 수 있도록 기업 등을 참여시켜 민간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AI칩은 없다. 미국 IBM이 지난 2014년 관련 계획을 발표한 뒤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반도체 제조사 인텔이 이르면 올해 중 ‘너바나’라는 브랜드로 68개 코어를 탑재한 AI칩을 출시할 예정이다. 너바나 칩은 주로 데이터센터 서버처럼 높은 전력을 소모하는 장비에 탑재되는 용도로 개발돼 스마트폰 같은 저전력의 소형 휴대기기에 탑재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가 256개 코어를 탑재한 초소형의 초절전 AI칩을 개발해 휴대폰이나 스마트시계, IoT 가전기기 등에서도 쓸 수 있도록 상용화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AI용 반도체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계 반도체 제조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의 캐리 패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한 심포지엄 연설에서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시장 규모기 2025년 500억달러(약 58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월에는 AI칩의 한 범주로 꼽히는 신경칩(neuromorphic chip)의 세계 시장 규모가 연간 23.8%씩 늘어 2022년 45억6,000만달러(약 5조3,215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미국계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스틱스MRC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