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정부의 새해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정책 향방이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과학기술 정책의 콘트롤타워는 수장 부재로 인해 식물 기구로 전락할 우려를 사고 있고, 정보통신 및 과학 분야의 현안 입법들은 정국 불안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R&D)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기구인 과학기술전략회의는 이를 주재할 박근혜 대통령이 권한정지 상태여서 차기 회의 개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과기전략회의 의장은 대통령이 맡게 돼 있는데 대통령직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가 과기전략회의 의장직까지 포괄해 수행할 지 아직 불확실하다”며 “현재 같은 비상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과기전략회의 업무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출범한 과기전략회의는 과학기술분야의 중장기정책 방향 등을 정하는 역할을 맡아 지난 5월과 8월에 열렸다. 이후 11월께 3차 회의 개최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무산됐다. 이에 따라 과기전략회의가 사실상 존폐 기로에 섰다는 분석도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 대통령 직속기구인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더해 세워진 과기전략회의는 ‘옥상옥’이라는 게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분야의 입법 표류도 장기화할 조짐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발의된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57개 법안들이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57개 법안중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의원들이 발의한 ‘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안’, 체계적 연구개발(R&D)지원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 국가R&D사업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 존폐 여부를 다루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당국자는 “현재 정보통신분야 39건, 과학기술분야 18건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라며 “이들 법안 대부분이 시급히 처리돼야 하지만 (탄핵 정국 여파로) 당분간 국회 순항을 기대하기 어려워 입법 과정의 난항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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