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에서 국내 기업들이 탈락한 지 벌써 5개월. 업계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까지 나서 8월이면 5차 심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예상과 달리 중국 정부의 5차 인증절차는 아직 진행조차 못하고 있다. 사실상 연내 재인증 절차가 시작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BMW가 내년 중순쯤 태국에 5,700만달러(약 674억원)를 투입해 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이 저렴한 하이브리드차를 공급하기 위한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바겐 역시 5월 독일 공업도시 잘츠기터에 100억유로(약 13조2,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이어졌다.
앞의 두 사례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판로가 막히고 든든한 수요처였던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역시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LG화학은 올 3·4분기 전지 부문에서 14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도 같은 기간 중국 전기차용 원형배터리 판매가 감소하면서 1,104억원의 적자를 봤다. 실제로 삼성SDI의 4차 인증 탈락 이후 중국 JAC사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EV6S’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정부 인증을 받지 않은 배터리를 쓰면 차값의 절반이나 되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배터리 업체들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 등 신시장 투자 확대, 신기술 개발,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연관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에 4,000억원을 투입, 축구장 5배 면적(4만1,300㎡) 규모에 연 고성능 전기차 10만대 이상에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을 10월 착공했다. 완공되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미국·유럽에 생산거점을 모두 갖게 된다. LG화학은 한번 충전에 320㎞ 이상 갈 수 있는 배터리를 수년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와 500㎞ 이상 주행 가능한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도 헝가리에 4,000억원을 들여 연 5만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가능한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에서는 당장 보조금과 상관없는 ‘저속물류차’ 등 소형트럭 배터리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신사업인 ESS에도 집중하고 있다. ESS 시장이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50.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은 설치용량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툴 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북미 1위 발전사 듀크에너지에 ESS 배터리를 공급하고 2015년 11월 세계 최대 주파수조정용 ESS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무정전공급전원장치(UPS)에 ESS를 더한 UES를 신비즈니스모델로 지난해 처음 설치하는 한편 미국 듀크사와 풍력연계 ESS 프로젝트, 중국 태양광 1위 업체 선그로와는 합작사를 설립 등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인증절차 중단으로 당장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신사업 강화 등 포트폴리오 확대로 체질이 개선되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중국 시장 인증 통과시 추가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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