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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규제·정책 달라졌는데...'시대착오' 화석연료 보조금

어업용 유류면세 6,808억...구입 금액보다 많아

저유가에도 대형화물차 유가보조금 되레 300억↑

정부 수급자 저항 우려 차일피일...과감한 수술 필요







# 지난해 어업용 면세유의 면세금액은 6,808억원으로 구입금액을 넘어섰다. 어업용 면세유가 무분별하게 지급되는데다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늘어난 탓이다.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는 오는 2020년까지 어업용 면세유를 ‘수산보조금’으로 지목해 지급금지를 권고한 상태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역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유가가 하락해 운송사업자의 부담이 감소했음에도 지난해 유가보조금은 늘었다. 유류세 인상에 따른 화물차 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부정수급이 늘면서다. 더욱이 ‘총알배송’ 활성화를 위해 일부 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1.5톤 이하 소형화물차를 등록제로 전환하자는 것에 대해 화물연대는 반대하고 있다. 대상이 늘어나면 혜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반대다.

어업용 면세유 등 변화를 줘야 할 일부 보조금 정책을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국제사회의 환경규제와 정책변화 등에 맞춰 일부 보조금 제도에는 메스를 대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일 “어업용 면세유나 유류보조금을 도입할 때와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면서 “없앨 것은 없애고 줄일 것은 줄여야 하지만 (메스를 댈 경우) 쌀 직불금 이상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소는 어렵고 부정수급을 최소화하는 게 지금의 정책”이라며 “국제사회가 시기를 못 박고 보조금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책변화를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보조금은 국제기구에서 ‘수산보조금’으로 지목돼 2020년부터는 지급금지를 권고받은 어업용 면세유가 대표적이다. 지금부터 제도변경을 통해 충격을 줄여야 하지만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면세금액이 구입금액을 추월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공급된 어업용 면세유(1조2,296억원)의 면세금액은 6,808억원으로 구입금액(5,488억원)을 초과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세금을 뺀 순수 유류 구입금액이 내렸고 면세유 가격 하락에 따른 사용량도 증가한 게 이유다. 어업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곳에 면세유가 지급되는 현실도 문제다. 어업용 면세유는 어민이 등록한 낚시 어선은 물론 어민이 등록한 화물차, 어업용 기계 등에도 지급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렇다고 관련 제도를 손볼 계획이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비록 지급금지를 ‘권고’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통상마찰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어업용 면세유가 어업 활동뿐 아니라 어민 소득보전 역할도 하기 때문에 손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화물차에 주는 유가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유가보조금은 지난해 1조6,300억원으로 전년보다 300억원 늘었다. 유류세 인상분 가운데 일부를 화물차주와 여객운송사업자에게 돌려주는 취지로 2001년에 도입된 유류보조금은 ℓ당 △경유 약 345원 △LPG 198원을 준다. 이에 따라 1톤 이하 경유 차량은 매달 최대 23만6,004원(683ℓ), 12톤을 초과하는 차량은 많게는 149만원을 정부가 매달 보조하는 셈이다. ℓ를 단위로 해 보조금을 주다 보니 사용량을 부풀려 부정수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화물차의 유가보조금 부정수급액은 △2011년 45억원 △2012년 34억원 △2013년 41억원 △2014년 37억원 △2015년 50억원(국토교통부 자료)이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점점 눈먼 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수혜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주장에 대해 화물연대는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1.5톤 이하 소형화물차를 등록제로 바꿔 총알배송 등이 활성화되면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질 것을 우려해 화물연대가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면서 “규제완화를 통한 신산업 창출을 거부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발전소가 가격이 비싼 국내산 무연탄을 사용하면 값싼 수입산과의 가격 차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무연탄발전지원사업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2006년 470만톤 수준이던 국산 무연탄 소비량은 현재 180만톤 수준으로 떨어져 제도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사업 시작 때 2,240억원에 달했던 무연탄발전지원금도 올해 19억원까지 줄었고 내년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10억원이 배정돼 있다. 국회 예산처 역시 기금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며 관련 예산 삭감을 권고했다./세종=박홍용·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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