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의 단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시리즈가 부동자금의 일시 도피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이탈되는 자금들을 흡수하고 있다. 주역은 코덱스(KODEX) 단기채권 ETF와 단기채권 플러스 ETF. 삼성은 운용대상이 비슷한 두 상품을 고객 친화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각 다른 고객군을 타깃으로 삼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일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단기채권과 단기채권 플러스 ETF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1조6,561억원, 1조763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ETF에는 올 들어 각각 2,885억원, 4,050억원 유입됐다. 이는 전체 ETF 자금 유입 가운데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통상 단기채 ETF는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일시적으로 투자기회를 찾지 못할 때 남는 현금이 유입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금 유출입이 일반적인 ETF에 비해 잦은 편이다. 단기채권 ETF는 잔존 만기가 1년 미만인 국고채·통안채 등에 주로 투자한다. 기대수익률은 연 2% 내외로 낮지만 안정적인데다 운용 보수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코덱스 단기채는 대부분의 자산을 통안채에 담는 데 비해 코덱스 단기채 플러스는 통안채와 국고채를 고르게 편입하는 게 차이다.
삼성 단기채 ETF 시리즈가 부동 자금을 흡수한 비결은 고객 친화 전략에 있다. 삼성의 단기채 ETF는 다른 운용사 동일 상품처럼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주식투자를 하고 남는 유휴 자금을 겨냥해 금리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투자를 유도한다. 단기채 플러스는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채권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업계 최초로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ETF가 편입하는 채권의 거래가격과 만기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공시했다.
기존에는 ETF를 거래할 때 채권가격 등락에 따른 수익률 변동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만기수익률을 알 수 없다는 제약이 존재했다. 채권형 ETF는 채권 차익 외에도 이자수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파악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특히 기관투자가는 채권형 ETF를 설정해 만기까지 보유하면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투자의 관건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은 채권의 거래가격과 만기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기관투자가들은 발행시장을 활용해 장외시장에서 단기채 플러스를 거래하는 경우가 늘었다. 장외시장에서 ETF를 거래할 경우 매매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의 단기채권 ETF는 주식 시장의 유휴 자금들을 흡수하는 데 그쳤다면 코덱스 단기채권 시리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고객군을 나눠 접근한 덕분에 코덱스 단기채 플러스는 상장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1조원의 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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