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기능 강화를 위해 다음달 기업개선단을 본부로 격상시킬 계획인 수출입은행이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위탁 사업 부서 축소를 고려하는 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의 국책은행 조직 혁신안에 따라 수은은 기존 9개 본부를 8개로 축소해야 하는데 기업개선단이 본부로 격상되면 기존 본부 2개를 통폐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은 업무 특성상 부서 간 업무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본부 통폐합이 여의치 않자 기획재정부에서 위탁 받은 3개 사업본부의 통폐합, 또는 축소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다음달 조직 개편에서 기업개선단을 본부로 격상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단이 본부로 격상되면 부서장의 지위도 부행장급으로 상향 조정된다.
성동조선·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수은의 구조조정 역량 한계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면서 수은은 기업개선단을 격상해 구조조정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력도 20명 정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개선단이 본부로 승격하면 현재 9개 본부가 10개로 늘어난다.
문제는 정부가 국책은행 쇄신을 위해 오는 9월까지 수은 기존 본부를 8개로 줄이라고 주문했다는 점이다. 수은은 기존 본부 중 2개를 축소하거나 다른 본부와 통폐합해야 한다.
현재 수은의 8개 본부 중 경영기획, 리스크 관리, 건설플랜트금융, 해양플랜트, 기업금융, 중소중견기업금융 등 5개를 제외한 경협총괄·경협사업·남북협력 3개 본부가 기재부에서 직접 위탁 받은 사업부문이다.
본부 통폐합이 정부 과제로 주어지면서 수은은 당초 건설플랜트와 해양플랜트부를 통폐합하는 안건을 검토했으나 사업 편중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체 수은의 수출지원액 중 건설플랜트가 40% 남짓, 해양금융이 25% 정도를 차지하면서 두 본부가 통폐합되면 한 부서에서 전체 수출지원액의 70% 정도를 취급하게 돼 쏠림 현상이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또 해양플랜트부가 정부 시책에 맞춰 부산해양단지로 내려가면서 물리적 거리도 두 부서 통폐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분리한 기업금융과 중소·중견기업금융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원은 성격이 다른데다 리스크 관리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통폐합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시각이다.
결국 2개 본부로 나뉘어 있는 경협총괄과 경협사업을 통폐합하는 안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협총괄은 남북경협업무 기획과 관련 부처 조율을, 경협사업부는 이를 기반으로 실제 사업들을 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업무 연관성에 따라 통폐합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협총괄과 경협사업본부는 모두 기재부 위탁 사업으로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데다 수은의 ‘큰형님’ 격인 기재부 관련 사업을 줄인다는 것도 수은으로서는 부담인 상황이다. 남북협력본부 역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중요성이 예전 같지 않지만 기재부 사업인데다 남북통일기금마저 연결돼 있어 수은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수은 관계자는 “본부 2개를 축소해야 하는데 업무 형평성, 물리적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관련 업무는 기재부와의 논의가 필요한데다 기업개선단 격상으로 축소해야 할 본부 수도 많아져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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