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경기회복에 큰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본다. 청장 취임 이후 줄곧 중소기업 수출·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해법을 만들고 있지만 소비재시장에서의 브랜드 부재가 난제 가운데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한국이 겪는 위기는 단순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 상품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기 소르망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교수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한류 브랜드화가 현재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본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태양의 후예’는 1조원의 경제효과와 4,000명의 취업 효과를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소비재시장 진출을 위해 한류를 마케팅 관점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공전의 히트작에 따른 수익의 대부분은 우리나라 기업보다는 발 빠른 중국 기업과 상인들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한류 마케팅 비용이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억대 개런티가 필요한 홍보계약을 맺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보니 그간 한류는 소수 대기업의 마케팅 도구가 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류 콘텐츠와 중소기업 제품을 결합해 수출에 나서고 비용부담을 낮춰 많은 기업이 한류 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동반 해외진출이 추진되고 있다. 2014년부터 추진해온 K컬처 페스티벌(KCON),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등 K팝 행사와 연계된 중소기업 판촉전·수출상담회는 해외시장 동반진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주 개최되는 ‘KCON 2016 프랑스’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프랑스는 물론 여타 국가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류 확산과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협력 모델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연예기획사·포털사와 함께 콘텐츠 구상에서부터 중소기업 제품 수출을 염두에 둔 한류스타 출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한류가 대한민국 브랜드 경쟁력 강화라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류가 그 자체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문화융성에 지속적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한류를 육성하고 활용한다면 수출 확대는 물론이고 프랑스처럼 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명품 소비재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회는 위기 속에 있고 신화는 역경 속에서 만들어진다. 신화를 만들자, 대한민국!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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