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협회 축구대회 준비로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전에 연습을 하다 보면 큰 일교차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이 쓰이곤 했다.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도 괜찮을 정도로 덥지만 해가 떨어지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제법 쌀쌀해져 혹시나 감기에 걸릴까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반 집업 후드를 걸쳐 체온을 유지했지만 막상 축구를 할 때는 옷이 무거워 벗어두기 일쑤였고, 집에 돌아갈 때도 손에 들려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자협회 축구대회를 치른 3일간 체험해본 몽벨의 초경량 바람막이 ‘윈드볼’은 평소 겪던 불편함을 한번에 해결해주는 제품이었다. 무엇보다 바람막이를 입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시합 전 몸을 풀 때 계속 윈드볼을 입고 있었는데 사실 바람막이를 걸쳤다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게감이 없었다.
왜 이렇게 가벼운지 몽벨 측에 확인해 보니 윈드볼은 7데니어(Denier, 이하 D)의 초경량 원단을 사용해 만든 제품이었다. 데니어란 실 또는 섬유의 굵기를 표시하는 데 사용하는 국제단위로, 표준길이인 9,000m의 실을 뽑는데 1g의 무게가 소요될 때 이를 1D로 삼는다. 스타킹 중에서도 얇은 축에 속하는 속이 비치는 팬티스타킹이 20D 정도로, 일반적인 사람의 머리카락의 두께가 약 20D다. 무려 7D 원단을 사용한 윈드볼의 전체 무게는 남성 100 사이즈 기준 65g으로, 달걀 1개의 무게와 비슷하다. 몸 전체에 걸치면 거의 무게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인 것.
D의 수치가 낮을수록 무게만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실로 다양한 기능이 강화된다. 우선 가로세로 교차 되는 실 사이의 틈새가 작아져 방풍기능이 높아진다. 윈드볼을 체험한 날 저녁에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옷 안쪽으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완벽히 막아줬다. 한강변을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때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와도 체온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윈드볼의 장점 중 하나는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 촉감이 부드럽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D의 수치가 낮은 덕분이라는 게 몽벨 측 설명이다. 원사의 교차로 발생하는 직물 표면의 굴곡이 미세해져서 만졌을 때 훨씬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부가적으로 직물의 두께가 얇아 접으면 작은 부피로 압축하기도 수월하다는 특징도 있다. 실제 윈드볼을 벗어서 수차례 접어서 누르자 주먹보다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윈드볼 구매 시 추가 제공되는 패커블백에 넣었더니 야구공보다 조금 큰 원형 사이즈로 깔끔히 정리가 돼 들고 다니거나 가방에 넣기 편리했다.
원단에 방수처리가 돼 있어 팔과 몸통에 물을 흘려도 자연스럽게 흘러 내렸고, 촘촘한 직물구조 덕분에 최근 심각해진 황사나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데도 일반 원단에 비해 유리해 보였다. 얇은 옷이 신체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디자인도 최근 슬림핏 트렌드에 잘 어울렸다. 이번에 체험해본 ‘라이트 그레이’ 윈드볼의 경우 속이 비치는 흰색에 가까웠는데 안에 입는 티셔츠 색상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었다. 검정색 등 어두운 색상을 입으면 차분해 보였고 형광색을 입으면 좀 더 활동적인 느낌이었다.
옷이 너무 얇아 쉽게 찢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몽벨 측에 따르면 윈드볼의 원단은 20% 가량 무거운 일반 나일론보다 오히려 인열강도(찢어짐에 대한 강도)가 3배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구멍을 뚫는다는 생각으로 손톱으로 강하게 눌러봤지만 구멍이 나지 않았고 세게 잡아 당겨도 늘어나지 않았다. 아주 날카로운 물체에 걸리는 일만 피하면 오래도록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