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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끔 삶의 재충전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일상의 무료함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은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된다. 하지만 5성급 호텔의 화려한 잠자리와 평소와 다른 푸짐한 식사를 즐기고 난 뒤 돌아온 내 집 현관에 짐을 풀 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역시 내 집이 최고다."
모든 사람이 집을 최고의 안식처로 꼽는 것은 바로 '비빌 언덕'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도 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중국 주식의 상승 흐름에 동참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거나 최근 달러화 강세에 올라타서 짭짤한 환차익을 거두는 투자전략도 있지만 전체 투자 바구니를 알차게 구성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비빌 언덕은 반드시 필요하다. 꾸준한 이자수익이 발생하고 시장에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자산의 수익률이 큰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투자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변동성 관리는 투자자에게 집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할 것이다.
대부분의 기관투자가와 전 세계 유명 연기금들은 주식·부동산·대안상품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 여전히 가장 큰 투자처는 채권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에는 투자자산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 관련 자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과거 정기예금 금리가 3~4%였던 때와는 달리 앞으로 1%대 금리가 예상되는 시장에서 투자의 양극화 현상은 적정 투자 수익률을 달성하기 힘든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초저금리 시기에는 시중금리 대비 1~2% 포인트의 수익률을 더 거둘 수 있는 채권자산을 원하기 마련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채권금리는 너무 많이 낮아져서 투자매력은 떨어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리가 높은 신흥국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브라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너무 위험하다. 따라서 해외 채권 중 환헤지가 쉬운 달러화나 유로화로 발행된 회사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투자위험이 큰 고수익(하이일드)채권보다는 우량한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 바구니를 구성해 비빌 언덕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지난해 말 미국에서 오랜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실 채권은 발행자가 부도가 나는 상황만 아니라면 만기일에 투자원금과 사전에 제시 받은 이자를 무난히 챙길 수 있는 상품이다. 즉 재무상태가 우량한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현 시장상황에서 개인투자자에게 믿을 만한 투자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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