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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의 상가 밀집지역에는 최근 커피숍과 미용실이 폐업을 한 자리에 모두 부동산이 들어섰다. 100여m 이어진 상가 골목에는 한 집 걸러 한 곳꼴로 부동산이 영업 중이다. 이곳에 사는 직장인 A씨는 "동네 식당을 돌며 하나씩 맛보는 것이 소소한 취미라 괜찮은 식당이나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실망했다"며 "요즘은 가게가 망하면 모두 부동산만 들어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중개업자는 44만6,000명으로 1년 새 4% 이상 급증했다. 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주택 매매량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등 주택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관련 서비스 수요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택시장이 급랭하면 단순히 자산시장뿐 아니라 이들의 대량 실직 등 고용시장, 빚 상환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및 임대업 취업자는 53만5,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지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중 현재 부동산중개업 종사자는 44만6,000명(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1년 전 42만8,000명에서 4.2%(1만8,000명) 늘었다. 2015년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에 비해 1.3%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큰 폭의 상승이다. 비록 2014년 하반기(45만2,000명)에는 미치지 못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과거 최고치에 근접하거나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말 현재 전국의 부동산중개업소(개업공인중개사)도 사상 처음으로 9만곳을 돌파했다.
부동산업 종사자에다 자동차 임대 등 일반 임대업 취업자를 합한 부동산 및 임대업 취업자 수도 지난해 53만5,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2004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버블 세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부동산 경기가 과열됐던 2006년(50만명)보다도 많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신규 분양 물량이 크게 늘고 기존 주택 매매 거래도 불어나며 부동산 및 임대업 일거리가 늘었고 취업자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이 뜨는 것을 보고 장롱 속에 있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들고 나와 너도나도 부동산을 개업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분양 물량은 51만6,000가구(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다. 2014년(33만1,000가구)에 비해 56%나 급증했다. 주택 매매 거래량도 119만4,000건으로 통계 작성(2006년) 이래 가장 많았다.
문제는 주택시장이 급랭할 경우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시장이 급랭하면 매매시장은 위축되는 반면 임대업은 오히려 활발해져 임대업 종사자들에게는 호재"라면서도 "부동산중개업 종사자들은 일감이 부족해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방' 등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부동산중개업 종사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지난해 520조원으로 추정되는 자영업자 가계부채 중 부동산 및 임대업 종사자가 갖고 있는 것이 34%(177조원)로 가장 많았다"며 "이들의 부채 상환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일평균 187.8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으로 지난해 12월(265.5건)보다 29.2% 급감했다. 지난해 1월(220.1건)에 비해서도 14.7% 줄어들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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