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중국 2위 바이오업체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액은 1조5,000억~1조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해외기업 M&A를 공언한 CJ그룹의 올해 첫 인수합병 사례가 될 전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중국 메이화성우와 인수합병을 전제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메이화성우는 12일 상하이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CJ제일제당과 지분 매각을 비롯해 제조설비 양도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메이화성우는 라이신과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핵산, 트립토판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 전문기업이다. 라이신에서는 매출 기준으로 중국 5위권이고 식품첨가제인 MSG는 독보적인 1위다. 2000년 중국 바이오기업 중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2014년 매출이 99억위안(약 1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시가총액만 5조원에 달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메이화성우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엔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중국 바이오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중국이 사료첨가제의 대표주자인 라이신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데다 과다 경쟁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등 시장을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글로벌 라이신 시장은 CJ제일제당과 GBT(중국), 아지노모토(일본)이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즉 시장점유율을 높여 바이오시장에서 흔들림없는 위치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따라 CJ제일제당은 메이화성후와 3년 넘게 협상을 진행했지만 인수조건에 대한 견해차가 커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사의 입장이 좁혀지면서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CJ그룹이 이재현 회장의 공백 속에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미뤄왔으나 올해부터는 해외기업 M&A에 적극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점도 인수협상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더는 성장을 위한 투자가 불가피한 시점에 왔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1조원 넘는 거금을 투자해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려는 것을 두고 파격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라이신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식품 및 바이오업계에서 1조원에 달하는 빅딜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메이화성우는 B2B(기업간거래) 사업영역에서 공통분모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번 인수가 완료되면 CJ제일제당의 중국 내 점유율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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