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등 비금융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매각 수순을 밟으면서 동부그룹이 빠른 속도로 그룹의 중심추를 금융계열사로 옮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역할을 하는 동부화재를 통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더불어 동부캐피탈을 통한 영업력 확대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동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동부캐피탈의 자본은 200억원에 불과해 이번에 400억원의 증자를 하더라도 여전히 규모는 소형 캐피털사 수준이다. 그러나 자본 확충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가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면 장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 동부그룹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하면서 동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로 낮췄다.
아울러 이번 증자를 시작으로 내년 동부화재와 동부캐피탈의 해외 진출도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캐피탈의 2대 주주였던 동부화재는 올 초 동부제철이 갖고 있던 나머지 동부캐피탈 지분 50.2%를 인수해 100% 자회사화했다. 동부화재는 당시 캐피탈 지분 인수의 이유로 오토바이나 자동차 할부금융 수요가 높은 동남아 지역에 캐피탈과 함께 진출,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남아 국가는 자동차 구매자 가운데 약 60%가 자동차할부금융을 이용하고 있고 할부금융업 시장이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다. 현재 첫 진출지로 유력한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동부화재는 올 들어서만 베트남과 미얀마 두 곳에 잇따라 진출했다. 지난 1월 동부화재는 베트남 손해보험 시장 점유율 5위의 PTI 손보를 인수,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과 방카슈랑스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으며 5월에는 손보업계 최초로 미얀마 보험시장에 진출해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를 통한 이 같은 발 빠른 움직임은 더 이상 그룹 미래의 큰 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비금융 계열사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제철과 동부메탈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동부건설은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51개사였던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는 10월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열사 제외 통지에 따라 동부건설과 동부엔지니어링·수원순환도로 등 6개사까지 계열사에서 제외되면서 15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 반면 동부화재를 주축으로 한 동부생명과 동부증권·동부자산운용과 동부저축은행·동부캐피탈 등 12개 금융 계열사들은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우호지분을 포함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일가의 동부화재 지분은 현재 33.7%다.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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