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6명에 불과했던 영세 중소업체 캬라반. 2003년6월 유엔(UN)본부가 실시한 평화유지군 숙소용 텐트 입찰경쟁에서 미국과 캐나다, 스웨덴 등 13개국 14개 해외 유수 기업들을 물리치고 공식공급업체로 선정, 230만 달러의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납품제품 품질에 만족한 유엔본부가 곧바로 470만 달러의 추가 구매계약을 의뢰, 2006년까지 총 700만 달러의 납품물량을 확보하게 되면서 회사가 일약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가능성 높은 미개척지= 지금껏 몇몇 중소업체들만 진출해온 유엔 조달시장. 그러나 지난 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취임과 함께 이 시장이 국내 중소업체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회사 및 국가브랜드 인지도 평가에서 해외 글로벌 기업들에게 뒤쳐졌던 국내 중소업체의 경우 코리아(Korea) 출신의 UN사무총장인 '반기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UN 조달시장 개척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미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조달청과 코트라 등 9개 기관이 UN 조달시장 진출관련 민간합동회의를 신설, 대책에 착수했다. 또 지난 6ㆍ7일 양일간 외교통상부와 코트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과 부산에서 'UN 조달시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폴부아데스(Paul Buades) UN 조달본부장이 직접 참석, 국내 중소업체의 참여를 촉구하기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11번째로 많은 3,200만 달러의 분담금을 유엔에 내고 있지만, UN 조달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주규모는 2,300만 달러, 0.28% 수준에 머물러 인도 (4.70%), 아프가니스탄(4.30%) 등에도 뒤쳐있는 실정이다. 김성은 외교통상부 통상진흥과장은 "UN 조달시장은 2005년 기준으로 83억 달러(8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며 "특히 국내 중소업체가 높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얼마든지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시장 진출 지름길= UN 조달시장의 장점은 시장규모 외에 일단 납품업체로 선정되면 장기간 물량공급이 보장되고 수출 대금 결제가 확실한데 있다. 부가가치세가 환급되고 관세도 면제된다. 특히 유엔에 납품하는 동시에 제품의 신뢰성을 인정 받게 돼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등의 국제 조달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게 된다. 김준성 코트라 시장전략팀 대리는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인 유니더스도 1986년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인구기금(UNFPA)에 콘돔 2만개를 납품한뒤 20년 동안 유엔과의 거래를 유지하며 오늘의 위상을 확보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UN 조달시장 참여를 위해서는 UN조달시스템(www.ungm.org)에 공급업체(벤더)로 등록하면 된다. 등록과 동시에 15개 정도의 UN산하기구에 공급업체 정보가 공유돼 조달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몇몇 기구는 해당 기구 홈페이지에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 전용호 중소기업진흥공단 과장은 "UN 조달시장은 국적 차별이 없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개적인 입찰을 통해 우수한 공급업체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수출경험이 있는 중소업체라며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 볼만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