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기준금리 영향을 덜 받는 증권업계와 달리 보험업계는 금리경쟁이라는 지점에서 은행과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하다. 쉽게 말해 '적의 아픔(은행 고객이탈)'은 곧 '아군의 기쁨(보험사 고객유입)'이어서 신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짙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이 특판이나 우대금리 같은 틈새 무기를 활용해 고객 다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보험사들의 대응전략은 평온하다. 오는 4월1일까지 새로운 경험생명표를 적용해 보험료를 재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요율개편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1·4분기 안에는 신상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예년과 달리 연초에 신상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대신 4월 이후 집중적으로 상품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신상품 효과 없이 1·4분기를 마친 것을 고려하면 신상품 대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당장 4월에 연금 기능을 강화한 종신보험이 신상품 러시의 첫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교보·신한·흥국·KB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는 올 4월 연금지급 기능을 강화한 종신보험을 출시한다. 이 상품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성 상품이다.
기존의 종신보험 중에서도 연금전환이 가능한 상품은 있었다. 그러나 기존 종신보험은 연금전환특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금재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상품은 사망보험금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연금 규모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분히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성격이 강하지만 보험사들은 신상품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정책성 상품은 수익성이 낮아 피하려고 하지만 이 상품은 성장 여력이 높은 사적연금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성 보험과 다르다"며 "특히 연금상품은 연말정산에도 유리해 은행 이탈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경쟁력을 높인 신상품도 줄줄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은 최근 동일한 보험료로 기존 보험보다 최대 5.0% 이율을 더 주는 'KDB다이렉트연금보험'을 출시했다. 다이렉트 형태여서 사업비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파격적인 금리다.
또 다른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비를 줄일 수 있는 다이렉트 상품이나 마진율을 낮추더라도 보장이율을 높인 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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