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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1주년
입력2001-06-14 00:00:00
수정
2001.06.14 00:00:00
[남북정상회담 1주년/기고] 향후 남북관계 해법
지난 3월 제5차 장관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던 남북관계에 서광이 비치는 듯 하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 4개월만에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끝내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미대화는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순탄하게 진전될 것인가. 아직 우리는 그 대화가 언제 어떤 급으로 열릴지 알 수 없다.
또한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부시가 제시한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 개선 상태, 북한 미사일 개발계획에 대한 검증가능한 억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등에 관한 광범위한 논의가 잘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오히려 클린턴 행정부 때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재래식 무기 문제는 북한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선언으로 북미대화는 재개되겠지만 이는 대화의 재개를 의미할 뿐 북미관계의 진전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미국에게 있어서 북한은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상대이며, 검증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북미관계의 진전 여부는 미국이 세 가지 의제에 대해 어느 정도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대해 부응할 때 무엇을 줄 수 있을 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여기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만일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북미대화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탄력성있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진전에 가장 중요한 척도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지난 3월 북한이 모든 남북대화를 닫아걸었을 때 직접적인 이유는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고, 난항에 봉착한 금강산 사업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문제들이 남한 정부의 무능 탓도 있지만 미국에 의해 강제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일 2차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남북관계가 작년 정상회담 이후처럼 진전될 것이고, 이는 거꾸로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이 과연 남북관계의 긴 안목에서 볼 때 타당한가. 응당 2차 회담이 성사되면 1차 회담에 버금가는 화해의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1차 회담이 있었기 때문에 2차 회담은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담보할 수 있는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총력을 기울여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남북간의 화해 이벤트를 성사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걸리고 가시적인 이벤트는 없지만 그야말로 북한을 '얽어매는'(engage) 실질적인 조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정권 담당자들은 전자를 선호하겠지만 이번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사건에서 보듯이 그 위험부담 또한 매우 크다. 대북정책은 정권을 장악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책의 과실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하고, 책임은 정권 담당자들이 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전자에 집착한다면 무리가 따르더라도 김 위원장 답방을 기필코 성사시켜야 하겠지만 후자를 따른다면 좀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와서 무슨 논의를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조치에 합의하느냐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길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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