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최근 수출과 고용 등 각종 지표가 개선된데다 물가가 장기간 안정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당시 비관론 일색이었던 것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이 같은 시각을 볼 때 아래로만 치닫던 경기가 이제는 바닥을 형성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9일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면서 "수출이 감소세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였고 소비 및 투자가 증가로 돌아섰다"며 "고용면에서는 취업자 수가 고령층 및 서비스업 중심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제조업에서도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실제 수출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8.7%(전년 동기 대비)와 6.0% 감소하며 한국 경제에 먹구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9월에는 수출 감소폭이 2.0%로 줄어든 데 이어 10월에는 1.2% 증가로 돌아섰다. 10월 수출은 휴대폰과 반도체 등의 호조에 힘입어 넉 달 만에 플러스 성장을 보인 셈이다.
설비투자지수는 8월 -14.2에서 9월 -8.2로 다소 완화됐으며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같은 기간 0.1%에서 0.7%로 올라섰다. 10월 실업률도 2.9%를 기록하며 9년 만에 2%대로 내려앉아 경기 전망을 밝게 했다.
물가는 3월 이후 2% 안팎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이어왔다. 10월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올라 9월(2.0%) 수준을 유지했다. 김 총재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국제곡물가격 불안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수요압력 완화 등으로 당분간 현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종 국내 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국내 경제의 성장세를 확신할 수는 없다. 지표의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특히 미국이 재정절벽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차기 중국 지도부가 어떠한 경제정책을 펼칠지 등에 따라 한국 경제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V자형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만간 바닥을 다지며 바나나형의 성장세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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