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아이디어 외부서 수혈해야"<br>기업 내부 연구에 의존땐 시간·비용 소모 많아<br>일반 대중에 기술개발 계획 공개후 의견 청취를<br>애플 '아이튠' P&G '프링글스'등 성공사례 주목
| 애플의 인터넷 음악 저장소인 '아이튠(iTun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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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프의 세계 최초 수증기 오븐인 '헬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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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자에 글씨를 새겨 넣은 P&G의 '프링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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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과학기술의 성패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핵심기술을 외부에서 얻는 '인소싱(In-sourcing)'에 달렸다."(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인소싱'이란 특정 기능이나 업무를 낮은 비용에 처리하기 위해 제3자에 위탁하는 아웃소싱(Out-sourcing)과 달리, 창조적 아이디어와 핵심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해 사업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 29일 '미래 유망 과학기술'이라는 화두 아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 과학계와 경제계 전문가들이 속속 서울 메리어트 호텔로 집결했다.
미래 유망 과학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첨단과학과 경제ㆍ경영학을 접목시킨 '융합형'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 장장 4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이 오가는 동안 경제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제각기 내린 결론 속에는 하나의 일치된 지적이 함께 공유되고 있었다.
바로 과거 '밀실'에서 수행해오던 첨단기술 연구방식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외부'에서 혁신적인 성공 아이디어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
이들은 애플의 '아이튠(iTunes)', 샤프의 수증기 오븐 '헬시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등 생생한 현실 사례를 열거하며 과학기술 아이디어 확보에 혈안인 기업들을 향해 대대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먼저 '유망기술의 정보적 속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고병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박사가 꺼내든 답안은 바로 '위키노믹스(Wiki-nomics)'.
위키노믹스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를 결합한 신조어로, 일반 대중들이 정보, 기술, 가치 등을 공유하면서 만든 지식커뮤니티 시대가 사회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1년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위키피디아는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웹사이트로, 유저(user) 참여형 공동 백과사전이다. 이 같은 새로운 작성 기법으로 위키피디아는 시작 5년도 안돼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정보량을 훌쩍 뛰어 넘은 상태다.
고 박사는 "위키노믹스는 참여와 공유, 개방을 상징하며 기존 이코노믹스의 구조인 폐쇄적, 수직적 계층구조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한다"며 "미래 유망기술의 아이디어는 이처럼 위키노믹스를 기반으로 발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KISTI는 위키노믹스에 착안, 기업들이 미래 유망기술을 탐색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포털 '미소(miso.yeskisti.net)'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 서비스 중이다.
유저 개개인이 '연구원'이 돼 올린 미래 유망 기술 아이디어를 기업들이 이곳에서 한꺼번에 모니터링할 수 있어 연구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고 박사는 "휴대용 유해물질 감지센서, 휴대용 초소형 개인 프로젝터, 피부로 데이터 전송하는 인체통신 기술, 배터리 충전을 무선으로 하는 기술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이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원리를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이라는 용어로 바꿔 설명했다.
복 수석연구원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P&G의 프링글스 감자칩과 샤프의 수증기 오븐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P&G의 경우 프링글스 감자칩 위에 글씨를 새길 방법을 궁리하다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를 이용, 아이디어를 공개모집하고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
그는 "이탈리아의 한 작은 빵집이 사용하던 식용 잉크 분무기술을 채택, P&G는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획에서 출시에 이르는 모든 연구개발 절차를 완료하고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내부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기 보다는 과감히 외부에 기술개발 계획을 공개, 핵심 아이디어를 확보한 노력이 돋보인다는 설명이다.
샤프가 2004년 개발한 워터오븐 '헬시오'도 개방적 태도로 '인소싱'에 성공한 사례라는 평가다. 샤프의 경우 기존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자레인지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대학과 손을 잡고 뜨거운 수증기를 발생시켜 식품을 가열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복 수석연구원은 "수명주기가 짧은 산업에서 장기간의 연구개발 활동은 많은 어려움을 유발한다"며 "반면 샤프는 오사카대학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88건의 특허를 함께 확보하며 출시 4개월만에 헬시오 4만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심포지엄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은 "기술만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미래 유망기술 확보의 걸림돌인 복잡한 이해관계자의 조정 문제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애플은 아이튠이라는 게이트웨이(gate-way)를 통해 복잡한 음원 저작권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들이 간편하게 모든 음악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며 "이는 스티브잡스라는 뛰어난 CEO가 복잡한 이해관계자인 저작권자들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 판매와 함께 아이튠을 통해 추가로 대당 9달러 정도의 다운로드 수익을 얻는 이른바 '꿩먹고 알 먹는 장사'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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