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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계식 회장 300건 특허 출원
김외현·이충동 신기술개발 맡아
이재성 사장, 경영전반 진두지휘
김정래·이건종, 재무·법무 챙겨
현장서 잔뼈굵은 인재 전진배치
책임 경영·조직 안정 체제 구축 현대중공업은 전세계 조선업계에서 가장 기술력이 높아 업계에서는 항공모함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세계 1위의 조선업체로 불리며 한해 매출액이 22조원에 달하고 순이익도 3조원을 훌쩍 넘는 회사가 된 것도 바로 이 같은 명성에서 비롯됐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국내보다는 전세계를 무대로 영업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구성원이 2만6,000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기업 조직을 자랑한다. 이런 조직을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주요 경영진은 크게 기술개발ㆍ경영지원ㆍ현장 출신 인맥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축구장 2~3배 크기의 선박과 바다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부유식생산저장설비(FPSO) 등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책임 경영 체제가 구축돼야만 신기술 개발과 영업력 극대화,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어서다. ◇기술 인맥을 통한 경영=현대중공업의 경영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분야가 기술개발인맥이다. 기술인맥의 대표적인 주자는 민계식(69) 현대중공업 회장이다. 민 회장은 90여종의 기술보고서와 240편의 국내외 학술논문, 300건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한 대표적인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74년 미국 MIT대에서 조선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한 민 회장은 지난해에만 7건의 특허를 따내는 등 매년 10건 내외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민 회장이 2001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후부터 줄곧 주력제품 일류화와 핵심기술 고도화, 생산기술 합리화, 신기술 개발, 신규 사업 창출 등 기술개발 5대 중점 추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기술개발만이 현대중공업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2001년 사장 부임 당시 매출액은 7조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2조4,5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것도 민 회장의 기술경영에 따른 것이라는 게 현대중공업 내부의 평가다. 조선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외현(57) 부사장 역시 기술인맥의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197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조선설계와 조선사업기획 등 조선 관련 분야에서만 36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현대중공업 인재 육성 정책에 따라 유학생 파견 1호로 미국에서 조선과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조선공학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술개발본부장을 하고 있는 이충동(57) 전무는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조선 관련 박사를 취득한 뒤 1985년 '해외두뇌 인력'으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전무까지 올랐다. 1990년에는 연구원 3명을 이끌고 경기도 용인시로 이동해 오늘날 200여명에 이르는 기계ㆍ전기ㆍ통신기술을 융합하는 기계전기연구소를 창설한 장본인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부터 국내 4개 연구소와 해외 헝가리연구소 등 전체 700여명의 구성원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이끌며 현대중공업의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경영지원 인맥도 버팀목=현대중공업이 전세계 1위 조선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인맥들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 노력과 함께 효율적인 회사 경영을 가능하게 한 경영지원인맥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영지원인맥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은 이재성(59) 사장. 미국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7년 현대선물 대표이사를 거친 후 2004년 현대중공업 부사장, 2009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는 특히 부사장 시절 인사와 노무ㆍ원가ㆍ회계ㆍ구매 등 경영 전반을 총괄해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원자재가격 급등과 환율 급변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 사장과 같은 경영지원인맥의 숨겨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평가다.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정래(57) 부사장도 경영지원인맥으로 분류된다. 그는 1976년 현대그룹에 입사한 정통 현대맨으로 현대건설과 종합상사ㆍ현대석유화학ㆍ현대정유 등 현대 그룹 내 주력 계열사를 거치면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IPIC와의 현대오일뱅크 경영권 분쟁 소송을 진두 지휘해 기획통으로서의 면모도 입증됐다. 서울사무소장과 그룹 법무실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건종(59) 부사장은 외부에서 영입된 법무 전문가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끝으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법무실장으로 영입된 후 그룹 전체의 법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세법에 정통하고 기업 공정거래 관련 분야에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 땀 흘린 인맥도 다수 포진=현대중공업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사업본부장으로 임명해 해당 분야의 기술 리더십과 안정적인 수주, 영업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양사업본부장인 강창준(58) 전무는 1981년부터 해양사업본부에서 잔뼈가 굵은 해양사업 분야의 전문가다. 2000년 지라솔 FPSO부터 키좀바 FPSO 등 대형 해양플랜트를 지휘했고 2005년 상무승진 이후에도 해양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해양 분야 실적은 강 전무의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플랜트사업본부장인 천인수(61) 부사장도 30년 넘게 플랜트 사업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 경영인이다.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9년 말 다시 현대중공업 플랜트 사업본부장으로 영입됐다. 권오신(61) 엔진기계사업본부장(부사장)은 엔진 분야의 개척자다. 1978년 엔진기계사업본부로 발령 난 후 30년 넘는 기간 오로지 엔진 설계와 개발 분야에만 몸담았다. 전기전자시스템본부와 그린에너지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권태(59) 부사장은 발전기 생산부장과 회전기, 소형기 전동기 등을 담당하다가 2006년부터 풍력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도 총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올 초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새로이 출범하면서 김 부사장에게 책임을 맡긴 것은 그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넓은 이해의 폭이 감안됐다. 건설장비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병구(60) 부사장은 엔진조립공장과 전기전자사업본부 생산ㆍ설계를 총괄하다가 2009년부터 건설장비사업본부를 지휘하고 있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출신으로 지난해에는 매출성장률이 6개 사업본부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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