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재매각을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외환은행 재매각 일정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존 그레이켄(사진) 론스타 회장은 10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은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을 비롯해 여러 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매각할 수 있지만 그 시점을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론스타가 법원 판결 이전이라도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다고 공언하지만 현실적으로 매각협상을 진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ㆍ농협 등이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가 법원 판결이 내리기 전에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난을 감수해가며 외환은행을 인수하기는 어렵다. 해외 금융회사도 법원 판결 및 금융당국의 승인 등 여러 변수를 안고 매각협상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레이켄 회장이 외환은행 매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시사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외환은행은 현재 이익을 많이 내고 있어 투자자들이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되는 것을) 기다려줄 것”이라며 “매각시기는 내년 혹은 내후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분할매각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지적된다. 그레이켄 회장도 “전체 지분매각이 안됐을 때 부분매각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할매각에 나설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익도 적다.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도 분할매수에 따른 이윤을 극대화하기에는 낮은 수준이다.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1만4,500원이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기는 하지만 국민은행이 지난 2006년 당시 제시한 매입가격(1만5,200원)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더욱이 외환은행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는 현대건설(12.58%)과 하이닉스(8.22%) 지분 매각도 연내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레이켄 회장은 한국에서의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는 항상 법을 준수했지만 ‘정서법’을 어기는 실수를 범했다”며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때 한국 여론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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