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았던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이 페이스북 패밀리에 뚫렸다. 페북 메신저가 라인을 제치고 2위 자리를 꿰찼고 페이스북도 1,100만명을 넘어서 '빅3' 반열에 올랐다. 반면 한국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지지부진해 한국 SNS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시장조사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의 모바일 월간 순이용자 수는 444만명으로 네이버의 라인(418만명)을 제치고 국내 2위로 올라섰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페이스북이 메신저 기능을 분리한 지난해 7월 193만명에서 한달 만인 8월 370만명으로 급증한 후 지난해 11월에는 라인을 앞서기 시작했다. 최근 라인의 신규 가입자가 주춤하면서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1월 가입자 1,100만명을 넘어서며 카카오스토리·밴드와 함께 1,100만명 시대를 열었다. 특히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은 2013년 2월 14만명에서 올 1월 309만명으로 2년 만에 22배가 늘었다. 글이 아닌 사진과 동영상 중심의 단순한 SNS지만 이용자들의 호응도가 높다. 한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인스타그램은 젊은 이용자를 명확한 타깃으로 삼은 서비스"라며 "이미 포화된 SNS 시장에서 타깃마케팅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페이스북의 성장세에 대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불만이 많다. 최근 글로벌 무선통신 기업인 디지셀그룹의 데니스 오브라이언 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파티에 빈손으로 와서 샴페인만 축내는 손님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인터넷 기업인 페이스북이 통신사 망을 기반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수익을 챙기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 이른바 '페이스북 패밀리'가 한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 약진한 것은 글로벌 공룡 기업의 거센 공세에 철옹성 같았던 한국 SNS 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기업들에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특히 모바일 중심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용자 증가는 단순히 광고매출 확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결(O2O) 서비스로의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페북 패밀리의 공세로 국내 SNS 시장의 판도가 변했다. 우선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페이스북 메신저가 카카오톡을 제외한 모든 토종 메신저를 제쳤다. 현재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부동의 1위' 카카오톡이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라인과 네이트온, 마이피플 등이 나머지 10%를 차지했다. 그런데 페이스북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주로 쓰는 메신저 외에 1~2개 정도 '세컨드 메신저'를 사용한다"며 "페이스북 메신저가 세컨드 메신저로 선호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의 무서운 성장세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에 싫증이 난 10~20대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면서 결과적으로 페이스북 안에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효과를 거뒀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1,100만명)을 합치면 1,409만명으로 2위인 네이버 밴드(1,503만명), 1위 카카오스토리(1,942만명)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제품을 홍보해 효과를 봤다는 국내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당장 페이스북 계열이 이용자 수에서 밴드 등을 앞서기는 힘들 듯하지만 성장폭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이 인스타그램 추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다음카카오의 사진·동영상 기반 메신저 '쨉(Zap)'이나 네이버의 관심사 기반 SNS '폴라(Pholar)' 등은 서비스 초기 단계로 아직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의 약진으로 모바일 광고 시장에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를 넘어선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이 올해는 1조원대로 올라설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커진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실제로도 페이스북의 모바일 광고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페이스북의 지난해 4·4분기 글로벌 매출은 전년보다 53%나 증가한 38억5,000만달러였고 이 중 69%를 모바일 광고가 차지했다.
모바일 광고 시장 1위인 구글(47%)보다는 페이스북(22%)이 뒤지지만 빠른 속도로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성장세에 속도를 높이며 자체 서비스나 인스타그램에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서둘러 붙이는 등 경쟁자 따돌리기에 나섰다.
국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지사 직원을 늘리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광고 전략 설명회를 여는 등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페이스북의 행보에 국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바일 광고는 O2O 등 새로운 서비스를 확장해나가는 데 기반이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 SNS 업체 임원은 "모바일 광고 플랫폼은 O2O 사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때문에 모바일 광고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외산과 국내 SNS 서비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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